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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제 시대에도 여전한 새벽별 출퇴근

경제 일반

    주52시간제 시대에도 여전한 새벽별 출퇴근

    7월이면 주52시간제 모든 5인 이상 사업장에 전면 도입하는데…
    택배노동자, 파업 위기 끝에 줄인 노동시간조차 주 60시간
    "정부, 특고 등 장시간 노동 사각지대 방치하고 있어"
    4월부터 탄력근로제·선택근로제 확대되면 주52시간제 무력화도 우려돼
    "정부가 장시간 노동·공짜 노동 막기 위한 감독 적극 나서야"

    연합뉴스

     

    주52시간제가 한국 사회에 자리를 잡은 지 2년 6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장시간 노동이 사라지지 않은 사각지대는 여전히 남아있다.

    ◇7월부터 5인 이상 사업장 주52시간제 전면 적용…노동시간 선진국 될까

    2018년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1주일은 휴일 포함한 7일이며, 노동자는 하루 8시간씩 1주일에 40시간을 일할 수 있고, 연장·휴일 근무를 포함해 최대 5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는 '주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2018년 7월 300인 이상 사업장, 2019년 7월 특례업종으로 제외됐던 21개 업종, 지난해 1월 50인 이상~300인 미만 사업장에 이어, 오는 7월부터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주52시간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가운데 멕시코 다음으로 심각한 장시간 노동국가였던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을 OECD 평균 수준에 근접한 1800시간 이하로 낮추겠다고 약속해왔다.

    올해 50인 이상~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계도기간이 끝나고 모든 5인 이상 사업장에 주52시간제가 적용된다면 사실상 정부의 주52시간제 도입 로드맵이 마무리되는 셈으로, 목표대로 노동시간이 대폭 낮춰질 것으로 기대된다.

    ◇갈수록 커지는 주52시간제 회색지대…"누구나 장시간·야간 노동 피하도록 해야"

    하지만 지난달 '설 연휴 파업' 직전 체결됐던 택배노사의 합의안을 살펴보면 주52시간제는 남의 나라 얘기나 다름없다.

    복합물류센터에 택배 상자가 쌓여 있다. 박종민 기자

     

    이번 합의안에서 정한 택배노동자들의 주 노동시간 상한선은 무려 60시간, 하루 10시간씩 1주일에 6일씩 일하는 수준이다.

    이마저도 합의안이 체결되기 전보다 크게 나아진 결과다.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에서 택배노동자들은 성수기에는 주6일 또는 주7일 근무한다는 답변이 97.3%에 달했고, 88.5%는 하루 10시간 이상씩 일해서 주 70~90시간씩 일했다.

    이러한 장시간 노동은 택배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정흥준 경영학과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배달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5.6일, 1일 평균 9.6시간씩 일해 1주일에 약 54시간씩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장시간 노동은 위의 택배노동자, 배달노동자가 근로기준법 상의 노동자가 아닌 특수고용노동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 특고)여서 주52시간제를 적용 받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근로기준법 상 임금노동자들의 노동시간만 줄였을 뿐, 특고와 같은 장시간 노동의 사각지대를 방치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노동연구원 이정희 연구위원은 "갈수록 고용형태가 다양해지는데, 정부의 노동정책은 여전히 근로자냐, 아니냐의 이분법으로 '갈라치기'하고 있어서 근로자와 자영업자 사이의 회색지대가 넓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종민 기자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 회색지대가 넓어지는 이유는 단순히 기술이나 산업 구조가 변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연구위원은 "근로기준법의 노동자만 보호하면, 사용자는 당연히 법이 적용받지 않는 고용형태를 찾아가기 마련이어서 회색지대가 커지도록 부채질하는 셈"이라며 "예컨대 정부는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을 추진하면서 기존 근로자에 포함할 수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분리하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다양해지는 고용 형태를 포괄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고용 형태를 불문하고 일하는 모든 사람에 대해 장시간·야간 노동을 제한해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대신 근로자 여부나 업종 등에 따라 필요한 보호조치를 나누는 방식으로 접근하자"고 강조했다.

    ◇4월부터 유연근무제 본격 확대…"장시간 노동·공짜 노동 막을 대책 시급"

    주52시간제를 적용받는 임금노동자들도 장시간 노동 문제에서 자유롭지 만은 않다.

    무제한 노동이 허용되는 특별연장근로의 인가 사유를 대폭 확대한 데 이어, 오는 4월이면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은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선택적 근로시간제(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은 1개월에서 3개월로 늘어난다.

    출근하는 시민들. 황진환 기자

     

    이러한 유연근무제의 공통된 취지는 일감이 몰릴 때 장시간 근무를 일시적으로 허용하고, 추후에 휴식시간을 보장해 전체 평균 노동시간은 주52시간제의 틀 안에 두도록 하는 일종의 '조삼모사'다.

    하지만 노동계는 유연근무제의 문턱이 낮아지면 그만큼 초장시간 노동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고, 연장근로 가산수당도 덜 지급받아 노동자가 손해를 볼 것이라고 우려한다.

    예를 들어 노동자가 6개월 중 3개월은 주52시간씩, 나머지 3개월은 28시간씩 일한다면 일반적인 경우 첫 3개월 분의 연장근로수당을 받을 수 있지만, 탄력근로제에서는 수당을 받을 수 없다.

    근로기준법에는 이런 경우 사용자가 임금보전 방안을 마련해 노동부에 신고하도록 규정했지만, 정작 처벌조항이 없어서 현장에서 지켜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게다가 연장근로 가산수당을 미리 월급에 포함시킬 수 있는 '포괄임금제'와 결합되면 장시간 근무를 하고도 임금 지급 기준 자체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공짜 노동'이 만연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이러한 유연근무제는 애초 노동시간을 줄여서 기존 노동자들은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고, 일감을 잘게 나누어 고용을 확대하자는 노동시간 단축 정책의 목표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유정엽 정책본부장은 "유연근무제가 장시간 근로의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강도 높은 근로감독과 지침을 내놓아야 한다"며 "특히 노사가 임금보전 여부나 1일·1주일 노동시간 상한선을 제대로 정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근로자 대표 선출 과정 등을 지원, 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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