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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어느 아빠가 애니에 담아낸 현실, 그리고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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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어느 아빠가 애니에 담아낸 현실, 그리고 소망

    애니 '스트레스 제로' 이대희 감독 인터뷰 ②
    제로 히어로즈와 빌런 그리고 그밖의 이야기

    애니메이션 '스트레스 제로' 이대희 감독. 트리플픽쳐스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평범함 인물인 짱돌, 고박사, 타조 불괴물. 그들은 정체불명의 괴물에 맞서기 위해 '영웅'이 되길 자처한다.

    빽빽한 도심 숲, 곳곳의 요소가 스트레스인 서울은 짱돌과 고박사 그리고 타조가 '제로 히어로즈'로 뭉쳐 불괴물 처치에 나서는 순간 액션의 중심지로 탈바꿈한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한강이나 잠실, 용산, 상암 등을 오토바이와 푸드 트럭으로 누비며 다양한 액션 시퀀스를 선보인다. 건물을 부숴대는 불괴물, 다시 말해 내 안의 스트레스를 대신 무찔러 주는 제로 히어로즈의 활약은 통쾌함을 선사한다.

    '스트레스 제로' 속에는 어른도 공감할 만한, 현실에 발 디딘 요소들이 많기에 더욱 시원함을 느낄 것이다. 최근 만난 이대희 감독에게 '스트레스 제로' 속 영웅과 빌런, 그리고 리얼리티 가득한 구성 요소들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어봤다.

    애니메이션 '스트레스 제로' 스틸컷. 트리플픽쳐스 제공

     

    ◇ 현실의 피로와 스트레스, 스크린에 녹이다

    '스트레스 제로'의 소재인 스트레스는 배경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 감독은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한국의 풍경을 담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며 "그래서 주변 환경들을 애니메이션 속에 녹였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은 아파트도 많고 스트레스가 많은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한강은 원색적으로도 살아나면서 조금 여백을 주며 도심과 대비되게 보이게끔 했다"며 "도심에는 차들도 화가 나 있다. 헤드라이트를 보면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앞으로 계속 그런 한국의 배경들을 담고 싶다"며 "다음 작품은 부산을 배경으로 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불괴물을 만든 건 이처럼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스트레스다. 특히 주인공인 짱돌은 어른들 모습이 투영된 인물이다. 출근 자체가 괴로움이요, 직장에서의 시간은 스트레스로 둘러싸인 삶이라는 사실을 짱돌이 고스란히 보여준다.

    자영업 대박 신화를 꿈꾸는 직장인의 꿈 등 우리네 마음을 아프게 하는 대사들도 많다. 짱돌이 직장을 잃고 구직 활동을 하러 다니는데, 성과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회사의 모습 등 기업의 이면과 직장 생활 애환·스트레스가 구체적으로 녹아 있었다.

    이 감독은 "그게 간단하게 표현되긴 했는데, 전형적으로 묘사하긴 했다"며 "그런 요소들이 스트레스를 만들고 있으니까 말이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어떤 성과로만 보게 되는 현상이 있고 그런 게 스트레스 유발하지 않나 싶어서 착안한 신들이 있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스트레스 제로' 스틸컷. 트리플픽쳐스 제공

     

    ◇ 현실 속 일상의 영웅들

    현실적인 직장인의 삶이나 부모의 대화를 통해 아이들에게 '현실'을 알려준다는 부담감도 없지는 않았다.

    이 감독은 "특히 짱돌의 둘째 아들이 아빠처럼 세상을 구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할 때 엄마는 반대하는 장면이 있다. 엄마가 세상을 구하는 일은 소방관 아저씨나 경찰 아저씨처럼 다른 사람이 하면 된다고 말한다"며 "그렇게 하면 엄마가 너무 불편할 거 같아서 카메라에서 엄마 얼굴을 쓱 뺀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불편한 장면이지만, 위험한 일이고 힘든 일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 그리고 짱돌처럼 히어로가 아닌 그냥 평범한 인간이 그런 일들을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일상의 소방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하는 의료진, 이런 사람들이 히어로라는 점을 짚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에게는 현실의 영웅을 알려주는 장면들이 어른들에게는 공감의 요소로 작용한다. 짱돌을 향한 말들 역시 현실에서 들을 법한 말들이고, 그를 둘러싼 환경 역시 현실을 스크린 속에 고스란히 가져다 놓은 듯하다. 그렇기에 어른들 역시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

    애니메이션 '스트레스 제로' 스틸컷. 트리플픽쳐스 제공

     

    이 감독은 "내가 아재(아저씨)라 그런지 아재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게 많이 들어간 것 같다. 아빠들에게 국한되기 하지만, 아빠들은 대리만족할 수 있다"며 "극 중 아빠가 아들을 구해내자 아들이 '아빠, 짱!'이라고 하며 아빠를 우러러본다. 그 느낌이 아빠로서는 기분이 좋아지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불괴물을 잡는 과정이 게임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 부분을 재밌게 볼 것 같다"며 "그리고 자기 아빠 같은 사람이 영웅이 되는 모습도 재밌게 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흔히 아이들은 자신의 아빠를 슈퍼맨, 영웅으로 생각한다. 아이의 작은 기대, 그리고 아이에게 영웅이고픈 아버지의 심리가 짱돌을 통해 투영되고 이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짱돌, 고박사, 타조 자체가 현대인이 가진 바람을 하나씩 품고 있는 캐릭터다. 또한 이 감독의 바람도 담겨 있다.

    "주인공 세 명은 제가 하고 싶은 부분을 갖고 있어요. 무언가를 만들어서 성공하고 싶은 고박사, 아버지로 책임을 다하고 싶은 짱돌, 한량처럼 자유롭게 오토바이 타고 다니는 돌싱 타조, 이 세 명에게 투영돼 있죠. 한준수 박사도 마찬가지예요.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존경받고 싶은 욕망이 들어있는 캐릭터죠."

    애니메이션 '스트레스 제로' 스틸컷. 트리플픽쳐스 제공

     

    ◇ 빌런 그리고 홍진이

    '스트레스 제로'에는 주인공 캐릭터와 불괴물 외에도 몇몇 주목할 만한 캐릭터가 나온다.

    영화 속 최종 빌런은 한준수 박사가 변한 거대 불괴물이다. 그러나 그 배후에 있는 S그룹 천 회장 역시 빌런의 중심축이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어른들에게는 어쩌면 천 회장이 최종 빌런으로 보일지 모른다.

    천 회장은 거대 기업 총수로서 사람들 안전은 뒷전으로 한 채 탐욕에 가까운 이익을 채우기에 급급하다. 주인공이 평범한 직장인이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대기업 회장인 빌런은 더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 감독은 "영화에서 실질적으로나 물리적으로는 준수가 빌런이다. 그러나 준수의 배후에는 천 회장이 있다. 그를 통해 이기심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부분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또한 영화가 끝났을 때도 죽지 않고 살아남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스트레스라는 건 없어지는 게 아닌 만큼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유지하는 존재로 묘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스트레스 제로' 스틸컷. 트리플픽쳐스 제공

     

    영화 속 짱돌의 가족은 전형적인 모습으로 표현된다. 아빠는 일하고 엄마는 살림만 하는 모습은 오랜 세월 고정관념처럼 남은 가족의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인다.

    이 감독은 "고백하자면, 조금 생각이 짧은 부분도 있었던 거 같다. 너무 전형적으로 가정을 묘사하고 엄마가 수동적으로 나오다 보니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나중에 했다"며 "입체적으로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기는 하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한 아쉬움을 상쇄시킬 수 있는 건 바로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기술을 지닌 만능 카센터 사장 홍진이 캐릭터다. 홍진이의 이름은 마법 램프의 요정 '지니'에서 따왔다.

    그는 "영화에서 아재들이 주인공이고 아재들이 다하다 보니 그런 의미에서 고민이 많았다. 조연이긴 해도 유능한 여성 캐릭터가 필요했고, 그렇게 나온 캐릭터가 홍진이"라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스트레스 제로' 이대희 감독. 트리플픽쳐스 제공

     

    ◇ '스트레스 제로' 통해 스트레스 해소하기를

    기획부터 제작 완료까지 3년 반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중에서도 최종 스토리보드 완성까지 2년 반이 걸렸다.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머릿속에 갖고 있던 작은 희망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도, 그려내고 싶었던 것들을 열심히 스크린에 구현했다.

    전 세계인을 괴롭히는 악의 근원 스트레스를 그저 내 안의 문제로만 담아내지 않고 애니메이션으로 재해석했다. 스트레스를 괴물로 만들고, 괴물을 물리칠 영웅을 탄생시켰다. 그 과정에서 아이도, 어른도 공감할 요소를 더 했고 재미를 위한 장르적 구성까지 쌓아나갔다.

    그렇게 탄생한 애니메이션이 '스트레스 제로다. 이 감독은 '스트레스 제로'를 본 관객들이 제목처럼 스트레스를 풀길 바랐다.

    "영화를 본 시간만큼은 스트레스를 잊고 풀고 가면 좋겠어요. 아빠, 엄마들은 동심을 찾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아이들에게도 자신 있게 같이 보여줄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니까 많이 찾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웃음)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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