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주 된 아기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엄마가 지난 1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전북 전주덕진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최명국 기자
태어난 지 2주 된 영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부모에게 경찰이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부모는 갓난아이를 침대에 던지는 등 며칠간 폭행을 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전북경찰청은 17일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구속된 부모 A(24)씨와 B(22·여)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오는 18일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휴대전화로 '아동학대 사건'과 '멍 자국 없애는 법' 검색한 부모경찰은 부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해 부모가 119에 "아이가 숨졌다"는 신고를 하기 8시간 전인 지난 9일 오후 3시쯤의 휴대전화 검색 기록을 찾아냈다.
부모는 휴대전화로 '용인 이모 집 사망 사건'과 '멍 빨리 없애는 법', '장애 아동 증세' 등을 검색했다.
이를 통해 경찰은 이들이 '범행이 발각되면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보고 아이의 죽음에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아이가 사망 직전에 충분히 이상 증세를 보여 병원 치료가 적절했다면 사망에 이르지 않을 수 있다'는 부검의 소견을 바탕으로 살인 혐의를 적용해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빠는 '용인 이모 집 사망 사건'과 '멍 빨리 빼는 법'을 검색하고 엄마는 장애 증세 등을 검색했다"며 "부모가 살인의 미필적 고의와 공모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부검의 소견은 '뇌출혈로 응고된 피와 시반 등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신고가 접수된 9일 늦은 오후 이전에 영아가 이미 사망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황진환 기자
◇ 수차례 이어진 아동학대, "손으로 때려 뇌출혈 될 수 없어"이들은 2월 초부터 지난 7일까지 아빠 4차례, 엄마 3차례 등 총 7차례에 걸쳐 영아를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영아는 뇌출혈과 두부손상으로 생후 2주 만에 세상을 떠났다.
경찰은 부검의의 소견을 빌어 "손으로 때려 뇌출혈과 두부 손상에 의한 이런(사망) 상황이 될 수는 없다"며 "부딪히거나 (세게) 때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의 숨골(머리 숨구멍)에 손상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빠는 경찰 조사에서 영아를 침대에서 던진 사실도 인정했다.
경찰은 "이들 부부가 '서로가 때려 아이가 죽었다'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모의 진술에서 숨진 영아는 분유를 먹지 못하고 한쪽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였다. 체중은 2.94kg으로 저체중 상태였다.
그래픽=안나경 기자
◇ 큰딸 학대한 혐의로 기소, 증거불충분으로 무죄생후 2주 된 영아를 죽게한 이들 부부는 큰딸을 학대한 정황도 추가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해 2월 8일 전주에서 당시 3개월이 채 되지 않았던 큰딸(2)을 학대한 혐의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엄마가 "아빠가 큰딸을 때려 코피가 났다"고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신고한 엄마가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번복해 재판에 넘겨진 아빠 A씨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큰딸은 현재 부모와 분리 조치돼 영아원에서 지내고 있다.
부모인 A씨와 B씨는 오는 18일 2주 된 둘째 아이를 숨지게 한 혐의(살인, 아동학대 폭행, 아동학대 중상해)로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지난 9일 오후 11시 58분쯤 익산시 중앙로 인근의 한 오피스텔에서 "아기가 침대에서 떨어져 숨을 쉬지 않는다"는 부모의 신고가 119로 접수됐다.
갓난아이의 신체에서 멍 자국을 발견한 경찰은 아동 학대의 정황이 있다고 보고 다음 날 오전 6시쯤 부모를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이들은 혐의를 부인하다가 경찰의 추궁에 "아이가 자주 울고 분유를 토해 때렸다"고 범행 일부를 시인했고 12일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