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연합뉴스
신현수 민정수석비서관이 사의를 표명한 뒤 휴가를 떠난 이후 청와대는 뾰족한 수습 방안을 찾지 못한 채 신 수석의 복귀만을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신 수석의 휴가로 검찰 인사 갈등 논란은 더 커졌고, 신 수석이 22일 업무에 복귀해 어떤 선택을 하든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타격은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편이 아닌 걸림돌이 되고 있는 청와대 참모진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마저 나온다.
신 민정수석은 검찰 인사과정에서 검찰과 법무부를 중재하려했지만 사실상 배제되자 수 차례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거듭 만류했고, 지난 18일 급기야 휴가를 쓰고 잠적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사실을 알리며 "충분히 숙고해 본래 모습으로 복귀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뜻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의 측근 참모가 주요 현안 처리에 불만을 표시하며 휴가를 가버리고, 또다른 참모는 '돌아오길 바란다'는 메시지만 내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런 청와대의 일처리 방식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태에 책임지거나 분명한 설명을 하는 참모는 없고, 혼란스러운 상황만 오히려 장기화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 컨트롤타워로서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검찰 인사 갈등은 신 수석의 사의가 알려지며 커졌고, 신 수석의 휴가로 구설수와 예측만 난무하는 상황을 만들어버렸다. 사태를 확전시킨 셈이다.
청와대 전경. 연합뉴스
여당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빠른 결단을 내리거나, 최소한 참모들이 이를 건의했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여당 다선 의원은 "대통령과 참모와의 신뢰가 이미 깨졌다면 따질 것 없이 정리했어야 했다"며 "이 상황을 왜 지켜보고 있는지, 참모들은 뭐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여권 핵심 인사는 "비서실장은 검찰 인사 보고 과정이나 갈등 상황에서 무엇을 했을지 의문"이라며 참모들 간의 의사를 조율해야했던 유영민 비서실장의 역할을 따져묻기도 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 또한 "분위기가 어수선한 게 사실"이라며 "사태에 대해 누군가 나서서 해결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답답한 면이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청와대 참모들에 대한 논란은 계속 끊이지 않아왔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위 사태로 취임 4개월만에 그만둔 전임 김종호 전 민정수석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노영민 전 비서실장의 경우 '참모 부동산 다주택 처분'으로 국정 부담만 가중시키기도 했다.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은 휴가를 떠난 신 수석에게 업무 복귀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지난 18일 사실상 신 수석에게 사과를 하며 설득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하지만 신 수석이 끝내 휴가를 떠난 것은 이미 그만두겠다는 뜻을 확고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번 검찰 인사 과정 상의 문제 뿐 아니라, 민정수석 권한과 역할 그리고 문 대통령에 대한 본질적인 회의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 수석의 측근들은 "애초에 사의를 쉽게 결정할 성격도 아니고, 되돌릴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미 사의 표명 사실이 알려진 뒤 휴가를 가면서 사태가 장기화됐고,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넌 부분도 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에게 미칠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습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일단 22일 신 수석의 복귀와 함께 사의 수용 등 신속한 결정으로 수습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 인사와 관련해 최종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의 결정이 신 수석의 사의 표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만큼 후폭풍은 피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민정라인의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오는 2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찰인사위를 열고 검찰 중간간부급 승진·전보 인사를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