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건 지난 7일 검찰 고위 간부급 인사에서 이종근 대검찰청 형사부장의 교체가 막판에 무산된 게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신 수석은 이 부장의 교체를 추진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허락을 받았지만,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신 수석과 상의없이 이 부장을 유임시키면서 사의를 결심하게 됐다.
사정을 잘 아는 신 수석의 측근은 "이종근 부장 교체는 신 수석이 대통령에게도 보고를 하고 허락을 받았던 사안이었는데, 박 장관이 막판에 상의없이 유임을 밀어붙였던 것으로 안다"며 "인사는 서로 주고받는 과정인데 대통령과도 상의가 된 안에 대해 민정수석을 건너뛰고 기습적으로 다른 안을 발표하자 회의를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은 이른바 '추미애 라인' 핵심으로, 대검 참모이면서도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과정에 관여했다고 지목된 인물이다. 그는 법무부에서 윤 총장 징계 실무를 주도하고, 윤 총장에게 유리한 보고서 내용을 삭제하도록 지시했다는 박은정 감찰담당관의 남편이다.
특히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12월 윤 총장 징계위원회를 앞두고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이종근2'라는 인물과 윤 총장에 대해 은밀히 대화하는 것이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부장은 채팅방 속 인물이 본인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당시 법무부는 "'이종근2'는 이종근 부장이 아니라 부인인 박은정"이라며 궁색한 해명을 내놔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12월 4일 공수처 개정안을 논의하는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참석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신 수석은 대검과의 조율 끝에 이 부장 교체에 대해 문 대통령에게 보고해 허락을 받았지만, 박 장관이 막판에 자신을 건너뛰고 유임시키자 본질적인 회의를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법무부는 이 부장을 유임시킴과 동시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하고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을 남부지검장으로 영전하는 내용의 인사를 발표했다.
이성윤 중앙지검장 유임은 신 수석이 알고 있었지만 이 부장의 유임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신 수석은 휴가를 끝내고 복귀한 22일 오전 문 대통령에게 재차 사의를 밝힌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신 수석 본인은 끝내 사의를 접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이 최종 인사권자이고 상황이 엄중한 만큼 거취를 일임해 정권에 부담을 더는 방향으로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와대가 이날 오후 "신 수석이 거취를 일임해 상황이 일단락됐다"고 브리핑하면서 신 수석이 유임할 것처럼 비쳐지자, 본인은 곤혹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