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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확률에 뿔난 이용자들…판교로 나선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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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확률에 뿔난 이용자들…판교로 나선 까닭은?

    판교에 본사 두고 있는 넥슨, 엔씨에서 잇따라 트럭 시위 열려
    게임 이용자들 "유료 아이템 확률 공개는 이용자의 알 권리"
    게임업계는 확률은 영업비밀…확률 공개 의무화에 반발

    25일 오후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이 설치한 트럭이 경기도 성남시 판교 넥슨 본사 앞에 서 있다. 이준석 기자

     

    25일 오후 2시쯤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넥슨 본사 앞.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도로 중앙에 전광판이 달린 트럭 한대가 서 있다.

    전광판에는 '메이플스토르는 18년간의 추억을 내다버리네', '카지노는 확률공개 메이플은 영업비밀 확률조작 해명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라'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트럭 주변 인도에는 20대로 보이는 남성 5명이 게임 캐릭터 그림을 붙여놓고 향을 피우며, '메이플 장례식' 퍼포먼스를 열고 있었다.

    이 트럭은 넥슨에서 서비스하는 PC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이용자들이 자비를 들여 설치한 것으로, 이용자들은 넥슨이 게임 내 아이템에 특수 능력을 부여하는 컨텐츠의 확률을 조작하고 있다며 확률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트럭 시위에 참여한 메이플 이용자 김모(21)씨는 "게임 이용자에게는 돈을 주고 사는 아이템의 확률을 알 권리가 있다"며 "확률을 숨기고 조작하는 행위는 이용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토로했다.

    ◇뿔난 게임 이용자들…트럭 몰고 판교로

    유명 게임을 둘러싼 확률 조작 논란으로 이용자들의 불만이 늘어가면서 국내 대표 게입업체 '3N(엔씨소프트·넥슨·넷마블) 중 2곳이 위치해 있는 판교에 트럭 시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2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 마비노기 이용자 카페 회원들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있는 넥슨 본사에서 게임 내 콘텐츠 확률 공개 등을 요구하는 트럭시위를 벌였다.

    이어 지난 18일에는 1차 시위에 동원된 1.5t 트럭보다 큰 5t 트럭을 동원해 시위를 이어갔다.

    이들의 주된 요구사항은 게임 내 컨텐츠 중 하나인 '세공'의 확률 공개다. 세공은 게임 내 아이템에 추가 능력치가 붙는 시스템으로, 이를 위해서는 캐시형 아이템을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얼마만큼의 확률로 어떤 능력치를 얻게 되는지는 베일에 싸여있다. 이 때문에 원하는 능력치를 얻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돈을 들여야하는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프로야구 H2' 유저들이 경기도 판교 엔씨소프트 본사 앞에 설치한 트럭. 커뮤니티 캡처

     

    지난달 25일 엔씨소프트 본사에서도 모바일 게임 '프로야구 H2(이하 H2)' 이용자들이 트럭 시위를 열었다.

    문제가 된 것은 게임 내 재화를 이용해 일정 확률로 선수를 성장시킬 수 있는 '특화훈련'이었다.

    앞서 H2 이용자들은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9월 업데이트한 '특화훈련'과 관련해 업데이트가 적용되지 않았다는 문의를 남겼지만 엔씨소프트는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결국 같은해 10월 공지사항을 통해 "특정 조건 및 상황에 따라 특화훈련 효과가 미적용 되는 현상이 확인됐다"며 잘못을 인정했고, 이용자들은 특수능력 강화 이벤트 확률 공개 등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이용자의 '알 권리 주장'에도 게임사는 '영업 비밀'

    게임 이용자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지만, 게임업계는 여진히 이용자의 '알 권리'보다는 '수익을 우선시하고 있다.

    매해마다 게임 업계를 둘러싼 사행성 문제가 붉어지자 정부와 여당은 아이템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지난 15일 의견서을 내고 "산업 진흥이 아닌 규제로 쏠렸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아이템 확률 공개 조항을 두고 "게임 내에서 아이템의 비율과 개수 등의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 고사양 아이템을 일정 비율로 제한하는 건 재미를 위한 본질적인 부분이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템 확률은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연구한 대표적인 영업 비밀인바, 아이템 확률 정보를 공개하는 건 영업비밀이라는 재산권을 제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게임의 경우 게임 진행 상황에 따라 아이템 획득 활동이 변동되는 '변동확률' 구조라 개발자들도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업계 관계자도 "게임 개발에 투입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과금을 꼭 필요한 부분"이라며 "확률 공개 의무는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킬 뿐 아니라 업체의 수익에도 타격을 준다"고 말했다.

    반면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뽑기 확률 공개는 이용자들이 원하는 최소한의 알 권리"라며 "업계가 이를 끝내 거부하고 법제화를 막는다면 우리 게임 산업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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