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위령제.
제주 4.3희생자의 위자료 지원 등을 담은 4.3특별법 전부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과거 불법행위에 대한 국가 책임을 명시하고, 현실적 피해보상의 새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01년 1월12일 제정 이후 26일 국회를 통과하며 21년만에 전부개정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4.3특별법)'은 무엇보다 국가공권력 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규정을 담고 있다.
'제주4.3' 과정에서 빚어진 인명 피해 등에 대해 국가 차원의 피해보상을 할 수 있는 근거를 최초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빛난다.
4.3평화재단이나 평화공원처럼 간접지원을 위한 위령시설이나 기구만 만들어졌을 뿐 피해자 개개인들이 배상을 받는 절차가 사실상 전무, 국가의 책임을 직접적으로 묻는 계기도 마련했다.
현재까지 4.3피해자에 대해 의료나 생계지원과 같은 일정 소규모의 보조는 이뤄졌지만 배상이 이뤄질 경우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미뤄왔던 보상을 현실화하는 셈이다.
4.3특별법은 그동안 위령 사업이나 의료·생활지원금에 대한 규정만 있을 뿐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배·보상 방안과 불법 군사재판 판결 무효화 방안이 담겨 있지 않아 '반쪽자리 특별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2020년 4월3일 제72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추념사를 통해 "부당하게 희생당한 국민에 대한 구제는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는 본질적 문제"라며 4.3특별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는 위자료 산출 기준과 지급방법, 대상 등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위자료 등 특별지원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용역을 통해 기준이 나오면 이에 대한 개정안도 마련될 전망이다.
제72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권에 4.3특별법 통과를 호소하고 있다. 제주도청기자단 제공
이번 4.3특별법은 군사재판수형인 희생자의 경우 '일괄직권재심'으로, 일반재판수형인 희생자의 경우 '개별특별재심'으로 명예회복이 가능하도록 개정했다.
더불어 △추가진상조사를 비롯해 △가족관계등록부의 작성 △실종선고 청구에 대한 특례 △인지청구의 특례 △4.3트라우마 치유사업도 담고 있다.
위자료 지원 이후 사후관리의 중요성도 부각된다.
금전적인 문제가 거론되는 만큼 보상 차이에 따른 갈등이나 가족간 갈등이 우려되는데다 이같은 갈등 표출이 지역사회에 부정적 시각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같은 부정적인 분위기가 또다른 부작용을 유발,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나아가기 위한 4.3특별법의 정신마저 퇴색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개인보상이나 위자료를 받더라도 일정 부분을 공동기금으로 조성, 또다른 봉사나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갈등을 축소시키는 제어장치가 필요하다"며 "이를 잘 관리하고, 공동의 선을 추구하는 운동들이 벌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