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빠르게 수용했다. 윤 총장이 법무부에 사표를 접수한 직후에 초스피드로 수리 의사를 밝힌 것이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3시 15분 생중계로 진행된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윤석열 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발표했다.
윤 총장이 이날 오후 2시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총장직을 사직하겠다고 밝힌지 불과 1시간 남짓만에 사의 수용과 언론 브리핑이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향후 절차를 묻는 질문에 "법무부에 사표가 접수됐고, 사표수리와 관련한 절차는 앞으로 행정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속 검찰총장 인선과 관련해서는 "후임 검찰총장 임명도 법에 정해진 절차를 밟아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질의응답은 다음 기회에 나누겠다. 사의를 수리한 것으로 문답을 갈음하겠다"며 문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하게 된 배경에 대해 구체적인 말을 아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검찰총장직 사의를 표명했다. 이한형 기자
아직 행정절차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문 대통령이 초스피드로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한 것은 그만큼 윤 총장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올해 초 신년기자회견에서도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일 뿐"이라며 윤 총장을 에둘러 감싸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간 윤 총장의 임기보장을 위해 나름의 노력을 했던 문 대통령이 이번 사의 표명의 배경과 이유를 듣고 상당히 실망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평소에도 문 대통령은 참모들이 사의를 표명하는 경우 일단 만류하거나 반려하는 경우가 많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표는 문 대통령이 몇차례 반려했고,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경우에도 사의를 표명한 뒤에 후임이 임명될 때까지 직을 유지시켰다.
윤 총장의 사의를 즉각 수용한 것은 문 대통령이 평소와는 다르게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간 누적돼 있던 윤 총장을 둘러싼 피로감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라는 설도 있다.
전날까지도 윤 총장에 대한 직접적인 논평을 피해왔던 정부여당은 문 대통령의 빠른 사의 수용을 계기로 윤 총장과 본격적으로 각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김성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