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일대의 모습. 이한형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직원과 가족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 시흥시의회 의원도 가족을 동원해 투기에 나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LH 직원 관련 투기 의혹은 정부와 지자체 등이 나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번 의혹에 대해서는 지방의회는 물론 소속 정당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아 봐주기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흥시의회 의원, 딸 명의로 신도시 토지 매입
5일 시흥시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흥시의회 A의원은 지난 2018년 딸(20대)의 명의로 3기 신도시 개발 예정지역인 시흥시 과림동에 임야 130㎡를 1억원에 매입했다.
이후 A의원은 토지 용도를 대지로 변경하고 2층짜리 건물을 올려 이듬해 3월 29일 사용승인을 받았다.
이로부터 2년여 뒤인 올해 2월 그가 매입한 토지를 포함해 광명·시흥 지역은 6번째 3기 신도시로 선정됐다.
하지만 건물 주변은 고물상 외에 별다른 시설이 없다 보니 도시 개발 정보를 미리 알고 투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A의원은 시흥시의회에서 도시 개발 관련 상임위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투기 의혹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와 관련 A의원은 "아는 부동산을 통해 토지를 소개받아 딸에게 매입을 권유했다"며 "3기 신도시 지정을 사전에 알고 투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혹 이후 돌연 탈당…시의회·정당은 지켜보기만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같은 논란이 일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송구스럽다"면서 "당 차원에서 윤리감찰단 조사 등 진상규명을 철저히 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A의원이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에 탈당계를 제출하자 정당은 입장을 바꿨다.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관계자는 "이미 탈당계를 수리했기 때문에 A의원은 더이상 정당 소속이 아닌 일반인이 됐다"며 "중앙정당이나 도당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시의원 신분은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시흥시의회 측에 진상규명 등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의회도 사후 대책 및 진상규명에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흥시의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A의원에 대한 윤리특별위원회는 예정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A의원을 비록해 정당, 시의회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양범진 정의당 시흥시 지역위원장은 "투기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거세지고 있지만, 시와 의회, 정당은 사안은 묵인하고 있다"며 "잘못이 있다면 명백히 조사해 합당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