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의 감독과 배우들. 사진 왼쪽부터 정이삭 감독, 윤여정, 앨런 김, 한예리, 노엘 케이트 조, 스티븐 연. A24 제공
"엄마 아빠가 미나리 노미네이트 됐다고 해서 많이 기뻤는데 6개나 되었다고 해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 아까 '미나리' 패밀리 전부 다 만나서 줌 미팅 했는데 너무 보고 싶고 좋았어요. 정말 신나요!" _장난꾸러기 막내아들 데이빗 역의 앨런 김
각종 최초의 기록을 내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를 새롭게 쓴 영화 '미나리'의 감독과 배우들이 벅찬 소감을 전했다.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지난 15일(현지 시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를 발표한 가운데 영화 '미나리'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조연상(윤여정) △각본상 △음악상(에밀 모세리) 등 총 6개 부문에 지명됐다.
할머니 순자 역의 윤여정은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배우상 후보에 올랐으며, 아빠 제이콥 역의 스티븐 역시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로서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한국계 미국인 프로듀서 크리스티나 오 역시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최초로 작품상 후보에 올렸다.
영화 '미나리'의 감독과 배우들. 사진 왼쪽부터 노엘 케이트 조, 정이삭 감독, 앨런 김, 한예리, 스티븐 연, 윤여정. A24 제공
후보 지명 결과에 관해 정이삭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한 여정을 힘겹게 지나오는 동안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며 "이제 오스카의 순간들이 왜 끝없는 감사 인사로 가득 차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나리'를 위해 뒤에서 힘써준 출연진과 제작진, 그리고 영화를 만들기 위해 끈기 있게 노력한 모든 이들에게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감사함을 느낀다"며 "아칸소 농장 집을 사랑으로 가득 채워 주셨던 나의 어머니, 아버지, 누나에게 특별히 감사드리며 나에게 그 무엇보다 소중한 아내와 딸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미나리' 속 배경처럼 정 감독은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 가정에서 태어나 미국 아칸소의 작은 농장에서 자랐다.
그는 "나의 부모님의 강인함에 경의를 표하고, 나의 딸에게 선물이 될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우리가 머무는 순간을 반영하는 동시에 초월하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는데, 언론과 평단은 물론 오스카 역시 그의 바람에 화답했다.
마지막으로 정 감독은 "우리 영화를 응원해주고, 세계무대에서 윤여정 선생님의 작품이 영예를 누리는 역사를 만들 수 있도록 지지해준 한국의 관객 여러분, 언론, 판씨네마에게 감사드린다"며 "저의 할머니께서 물가에 심었던 '미나리'가 잘 자라 내게 축복이 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정 감독은 영화 제목인 '미나리'에 관해 "미나리는 가족 간의 사랑을 의미한다. 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이 우리 가족과 닮아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영화 '미나리'에서 할머니 순자 역으로 열연한 배우 윤여정. 판씨네마㈜ 제공
윤여정은 "이 나이에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저도 상상을 못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디트로이트 비평가협회, 할리우드 비평가협회, 전미 비평가위원회, 미국 여성 영화기자협회, 골드 리스트 시상식 등에서 할리우드의 쟁쟁한 배우들을 제치고 총 31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에 오스카 후보 지명에 이어 수상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윤여정은 "사실 노미네이트된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이고, 사실 저랑 같이 후보에 오른 다섯 명 모두가 각자의 영화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상을 탄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노미네이트가 되면 이제 수상을 응원하시고 바라실 텐데 제 생각에는 한 작품을 다른 배우들이 연기해서 등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기에 이 노미네이트만으로도 상을 탄 거나 같다고 생각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영화 '미나리'에서 제이콥 역으로 열연한 배우 스티븐 연. 판씨네마㈜ 제공
'미나리'를 통해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로서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연은 "이렇게 멋진 아티스트들과 함께 후보에 오를 영광을 준 아카데미에게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정이삭 감독님, 윤여정 선생님, 에밀 모세리 음악 감독님, 크리스티나 오 제작자님과 함께 오를 수 있어 너무 기쁘다"며 "지난 몇 년과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우리의 인생은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훌륭한 배우 및 제작진과 함께 인생을 공유할 수 있었기에 행복했고 저는 그저 그들 덕분에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영화 '미나리' 스틸컷. A24 제공
한예리는 이번 오스카 후보 지명 결과를 두고 "'미나리'가 많은 분께 사랑 받았다는 증거인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예리는 극 중 희망을 지켜내는 엄마 모니카 역을 맡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엄마의 모습을 그려내며 따뜻한 공감과 감동을 안겼다. 또한 오스카 주제가상 1차 예비 후보에 올랐던 '미나리' OST '레인 송(Rain Song)'을 직접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윤여정 선생님은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고, 스티븐 연 역시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정말 의미가 깊은 것 같다"며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정이삭 감독님과 에밀 모세리 감독, 윤여정 선생님과 스티븐 연 모두가 이루어낸 성과에 제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어 너무 기쁘다"며 "매일 촬영이 끝나면 함께 모여 서로를 응원하고 다독였던 식사 시간이 제일 그립다. 꼭 다시 만나 축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4월 25일(현지 시간)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