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황진환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의 4차 소환 통보에 '검찰의 강제수사는 위법하다'는 취지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 지검장은 지난 16일 수원지검으로부터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으라는 출석요구를 받은 뒤 이 같은 답변을 내놓으면서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달라'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검장은 지난달 26일에도 수원지검에 수사 중단 외압을 행사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내고 공수처 이첩 요구를 했다.
당시 이 지검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은 검사의 혐의를 발견한 경우 이를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혐의를 발견한 경우'란 범죄를 인지한 경우 외 고발 사건에서도 수사 과정에서 수사해야 할 사항이 구체화한 경우엔 이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지검장이 출석에 불응하면서 향후 검찰의 강제수사 전환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지검장이 현직 서울중앙지검장이고, 유력한 차기 총장 후보인 점 등을 고려할 때 당장 체포영장을 청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이 지검장이 검찰 총장에 임명돼 대검의 최종 의사결정자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경우 기소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어 검찰이 조기에 강제수사를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이 이 지검장의 요구대로 사건을 공수처에 '재재이첩' 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지난 12일 검찰에 사건을 재이첩하면서 "공수처 공소 제기 대상 사건이므로 수사 후 송치해 달라"고 요구한 데 이어 14일 "수사 부분만 이첩한 것으로 공소 부분은 여전히 공수처 관할 아래 있다"는 입장문을 냈으나, 수원지검 이정섭 형사3부장은 "해괴망측한 논리"라고 정면 비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사건을 공수처에 다시 넘기지 않고, 이 지검장에 대한 대면조사 없이 직접 기소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 사건 공익신고인은 이른바 '황제 조사' 논란을 빚은 김진욱 공수처장, 여운국 공수처 차장, 면담에 입회한 것으로 알려진 사무관 등을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의 혐의로 지난주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또 이들을 포함해 이 지검장과 그의 변호인을 국민권익위원회에 부패행위로 신고했다.
김 처장 등은 지난 7일 오후 공수처에서 김 전 차관 사건 수사 중단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이 지검장과 그의 변호인을 면담 겸 기초 조사했다.
그러나 당시 수사 보고에는 이들이 1시간 남짓 만났다는 내용만 들어있고, 면담 요지조차 담겨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익신고인은 수사 보고가 사후 작성된 의혹을 제기하며 고발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공익신고인의 고발장이 접수돼 관련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며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