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제공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진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위기에 빠졌다. 제작 지원·광고 등이 중단되는가 하면, 출연 배우들과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24일 현재 호관원, 주식회사 반올림식품, 에이스침대, LG생활건강, 코지마 안마의자, 뉴온, 하이트진로, 바디프렌드, CJ제일제당, KT, 금성침대, 블랙야크 등 다수 업체들은 '조선구마사' 광고 편성 중단을 결정했다. 부정적 이슈도 있었지만 시청자들 사이 불매운동이 확산돼 기업 입장에서 이를 간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직 광고를 중단하지 않은 업체들에는 시청자들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제작 지원에 나섰던 경북 문경시와 전남 나주시에도 불똥이 튀었다. 시청자들은 지자체 예산, 즉 국민 세금으로 역사 왜곡 논란이 있는 드라마를 지원할 수 없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문경시의 경우, 지난해 촬영 당시 이미 예산이 집행돼 이를 회수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문경문화관광재단은 제작비 3억원 이상 국내외 영화·영상물 중 문경에서 5회차 이상 촬영할 시 제작비 지출 비용의 20%를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대상 작품은 최대 1천만원을 지원받는다.
나주시는 장소 사용 취소 통보와 함께 엔딩에 삽입되는 나주시 관련 사항도 삭제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큰 비판 대상은 전작 '철인왕후'에서도 역사 왜곡 논란을 유발한 박계옥 작가지만, 시청자들의 화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대본을 보고 작품을 선택한 배우들 또한 부족한 역사 의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까닭이다.
시청자들은 주연부터 조연까지 '조선구마사'에 출연한 배우들 명단을 정리해 공유하고 있다. 앞으로 해당 배우 출연 작품들은 소비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블랙리스트'다.
앞서 지난 22일 방송된 '조선구마사' 1회에서는 악령으로 인해 환각에 휩싸인 태종(감우성 분)이 무고한 백성을 학살하는 묘사, 서역 구마사제 일행에게 월병 등 중국 음식을 대접하고 공간 표현에서 중국식 소품이 활용된 점 등으로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렸다.
제작진은 23일 중국식 소품·음식에 대해서는 "명나라 국경에 가까운 지역이라 상상력을 가미해 준비한 소품이다. 특별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 예민한 시기에 오해가 될 수 있는 장면으로 시청에 불편함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태종 묘사 등에는 별다른 입장이 없어 반쪽짜리 사과문이라는 지적과 함께 방영 중단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는 관련 민원이 1700여건 접수됐고, 조기 종영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