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KCC 송교창. KBL 제공
28일 오후 창원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창원 LG와의 원정경기를 82대73 승리로 마친 전주 KCC의 선수 기자회견 때 자연스럽게 울산 현대모비스의 경기가 화두로 떠올랐다.
KCC는 이날 승리로 정규리그 우승을 위한 매직넘버를 1로 줄였다.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을 때 인천에서 전자랜드와의 경기를 시작한 2위 현대모비스가 패할 경우 KCC의 우승은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이정현은 기자회견에서 "우리 팀이 시즌 전부터 우승후보로 지목된 것도 아니고 끝까지 가봐야 알 것 같다"며 "저는 정규리그 우승을 해봐서 비교적 담담한데 (송)교창이는 떨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기자회견에 동석한 송교창이 이정현을 바라보며 "형, 저도 (정규리그 우승) 해봤습니다"라고 차분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이정현은 "아, 주축 선수로서 해보는 우승을 말한거야"라는 말과 함께 송교창을 안아주며 환하게 웃었다.
이정현의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KBL 무대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경험한 선수들은 주축선수로서 우승할 때와 아닐 때는 큰 차이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쁨과 감격의 수준이 다르다고 한다.
송교창은 데뷔 시즌이었던 2015-2016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당시 고졸 신인이었던 송교창은 주축 선수가 아니었다. 정규리그 20경기에 출전해 평균 8분 정도를 뛰었다.
정규리그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는 이번 시즌은 다르다. 송교창은 평균 15.5득점, 6.4리바운드, 2.2어시스트, 야투성공률 50.5%를 올리며 KCC의 간판 선수로 활약했다.
무엇보다 송교창의 능력은 곧 KCC의 팀 컬러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송교창은 "5년 전에는 (하)승진이 형과 안드레 에밋이 있었고 높이가 강했다. 에밋 선수의 1대1 공격에서 파생되는 오펜스가 가장 위력적이었다"며 "지금 우리는 높이가 낮아도 앞선에서 볼핸들러들이 잘해주고 있고 내가 파워포워드로 뛰면서 팀 컬러가 빨라진 부분이 위력적인 것 같다"고 지난 정규리그 우승 당시와 지금을 비교했다.
이어 이번 시즌 어떤 부분이 가장 성장한 것 같냐는 질문에는 "딱히 작년과 비교해 성장했다고 생각 안한다. 전창진 감독님의 농구를 지난 시즌 처음 경험했고 적응하면서 FA로 좋은 선수들이 영입돼 잘 융화된 것이 팀 성적이 좋은 원동력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정현이 거들었다. "그건 너무 겸손한 대답 같다"며 송교창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이정현은 "송교창과 4시즌째 함께 하고 있다. 그때부터 생각하면 엄청나게 성장했다. 그 시절 수비와 궂은 일을 하고 동료가 만들어주는 기회를 살리는 선수였다면 지금은 볼핸들러 역할도 하고 승부처에서 마무리하는 능력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전창진 감독님의 모션오펜스에 적응하면서 농구를 하는 요령도 좋아졌다. 무엇보다 자기 포지션 매치업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 게 크다. 그런데 아직 26살? 그게 놀라울 따름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며 웃었다.
이정현에게 이번 시즌 정규리그 MVP는 누가 될 것 같냐는 질문을 던졌다.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는, 그런 답변이 나올 수밖에 없는 질문이기는 했지만 이정현은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
이정현은 "(부산 KT의) 허훈도 정말 잘한다. 나도 팀 성적 4위를 했을 때 수상한 적이 있지만 송교창은 1위 팀의 에이스다. 개인 기록도 좋다. 리그에서 가장 가치있는 선수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송교창의 MVP 수상을 지지했다.
그 말을 들은 송교창이 "저는 아직 MVP보다 정규리그 우승하고 통합 우승을 하는 게 더 가치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겸손하게 말하자 이정현은 옆에서 "그렇게 말하면 안되는데"라며 또 한번 거들었다.
그러자 송교창은 "MVP 받고 싶습니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수줍은듯한 웃음도 숨기지 않았다. 정규리그 1위를 질주하는 팀답게 형·동생의 관계도 훈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