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제공
'조선구마사'로 시작된 역사 왜곡 논란 불씨가 JTBC 새 드라마 '설강화'로 옮겨 붙었다. 벌써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다. '조선구마사'처럼 협찬이 중단되는가 하면, 청와대 국민청원은 11만명을 넘어섰다. JTBC 해명에도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모양새다.
'설강화'에 제품을 협찬했던 흥일가구는 지난 26일 협찬 중단을 결정했다.
흥일가구는 "저희 회사는 마케팅팀이나 경영팀이 따로 없는 단순 소기업"이라며 "협찬담당 기획사로부터 협찬 요청 당시 대본에 대한 자세한 사전 고지를 받은 바 없으며 자세히 검토하고 진행할 수 있는 인력이 없었기에 큰 검토 없이 드라마 단순 제품협찬건으로 응했고 이로 인한 금전적 이득과 협찬은 일절 없었다"고 설명했다.
흥일가구는 현재 '설강화' 측에 협찬 관련 사항 삭제를 요청했다. 또 자사 홈페이지에 기재된 협찬 드라마 목록에서도 '설강화'를 제외하기로 했다. 다만 이 드라마가 사전제작이기 때문에 촬영된 제품의 100% 철회는 불가능해 최소한만 노출하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흥일가구는 "협찬 전 드라마 제작사에 꼼꼼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진행하게 돼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 말씀 드린다. 앞으로 모든 활동에 더욱 신중하게 결정하며 임하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설강화' 촬영 중지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3일 만에 12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미 29일 오후 12시 20분 현재 11만 7천명을 넘어섰다.
청원자는 '설강화'를 겨냥해 "민주화 운동에 북한의 개입이 없다는 걸 몇 번씩이나 증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저 작품은 간첩을 주인공으로 했다. 그 외에도 (극중) 다른 인물들은 정부의 이름 아래 인간을 고문하고 죽이는 걸 서슴치 않은 안기부 미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근간을 모욕하고 먹칠하는 이 드라마의 촬영을 전부 중지시키고, 지금까지 촬영한 분량들 또한 완벽하게 제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시청자들은 해외 드라마 팬들에게도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설강화' 관련 논란을 알리고 있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조선구마사' 당시 진행했던 폐지 촉구 트럭 시위 등이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논의 중에 있다.
'설강화'는 최근 방송 폐지로 제작이 중단된 '조선구마사'에 이어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진 초기 시놉시스에 남파 간첩인 남자 주인공이 운동권 학생으로 위장하는 설정, 보도자료 배포 당시 원칙주의자이자 대쪽 같은 인물로 안기부 캐릭터가 묘사된 점,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던 실존 인물 천영초씨를 떠올리게 하는 '은영초' 캐릭터 이름 등이 문제가 됐다.
이를 두고 실제 다수 학생들이 간첩으로 몰려 고통받은 민주화 운동 역사를 폄훼·왜곡할 뿐만 아니라 비인간적인 고문을 일삼은 안기부를 미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JTBC는 이에 26일 공식입장을 통해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결코 아니다. '남파간첩이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다' '학생운동을 선도했던 특정 인물을 캐릭터에 반영했다' '안기부를 미화한다' 등은 '설강화'가 담고 있는 내용과 다를뿐더러 제작 의도와도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