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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여성 74.6% 성폭력 피해…"영화 생태계 변화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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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계 여성 74.6% 성폭력 피해…"영화 생태계 변화 절실"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개소 3주년 맞아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발표
    미투 운동 이후 성희롱·성폭력 인지 높아지며 피해 비율도 증가
    가해자 10명 중 8명은 남성…여성 많은 조직은 피해 비율 감소
    2명 중 1명꼴로 피해 당시 "참고 넘어간다"…소수만 상급자에 보고
    피해 이후 부정적 경험도 높아…현장 여성 비율 증가 필요 목소리도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영화계 조직 문화 변화"

    성희롱·성폭력 피해 비율.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제공

     

    미투 운동 이후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인지가 높아졌지만, 여전히 영화계 현장에서는 여성 10명 중 7명가량이 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계 성희롱·성폭력 실태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58.3%가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영화진흥위원회와 여성영화인모임이 배우와 작가를 제외한 영화계 종사자 중 현장 스태프와 사무직군 834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5월 1일부터 9월 29일까지 진행한 결과다.

    이는 2017년 조사 당시 전체 피해 비율인 46.1%보다 높은 수치로, 여성의 경우 남성(37.9%)보다 2배가량 높은 74.6%가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직군별로는 △연출 68.2% △미술·소품 61.5% △분장·의상 60.0% △제작 59.1% △배급·마케팅 57.4% △동시녹음 52.9% △후반 작업 52.3% △촬영·조명 44.8%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실태조사의 책임연구자인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결과 발표 자리에서 2017년보다 피해가 증가한 배경에 관해 "미투 이후 많은 영화인이 내가 겪었던 경험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자신의 경험을 해석하는 능력이 생겼고, 성희롱·성폭력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가해 행위자 특성.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제공

     

    ◇ 성희롱·성폭력 가해자 10명 중 8명은 남성…여성 많은 조직은 피해 비율 감소

    피해 유형별로는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28.8%)가 가장 많았다. 음담패설·성적 농담(15%),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 또는 술자리 강요(13.7%), 특정 신체 부위를 쳐다보거나(7.4%) 사적 만남·데이트 강요(5.6%), 원하지 않는데 집요하게 연락하거나 쫓아오는 등 지속적 괴롭힘(2.9%) 등의 사례도 발생했다.

    여성이 피해자 대부분인 것과 반대로 가해자 10명 중 8명(81.7%)은 남성으로 나타났다. 가해자 연령별로는 40대가 52%로 가장 많고, 상급자가 성희롱·성폭력을 하는 경우가 65.3%로 가장 많았다. 가해자를 직군별로 살펴보면 촬영·조명(47.3%)이 가장 많고, 이어서 제작(31%), 연출(30.3%), 배우(10.3%) 순으로 나타났다.

    성희롱·성폭력 피해 절반가량이 회식 등 술자리(48.3%)에서 발생했으며, 촬영 현장(22.7%)과 회의나 미팅 장소, 사무실, 공동작업공간(13.3%)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

    조직의 여성 비율이 피해 발생 정도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여성이 10~30% 미만인 조직에서 피해 비율이 가장 높고, 여성이 50% 이상인 경우 피해 비율이 확연히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당시 대처 방법.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제공

     

    ◇ 피해 봐도 참고 넘어가는 피해자들…피해 이후 부정적 경험도 높아

    성희롱·성폭력 피해자들은 여전히 자신의 피해를 말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2명 중 1명꼴로 피해 당시 참고 넘어간다고 응답했으며, 친구나 동료에게 개인적으로 이야기하고 넘어간 경우도 39.3%로 나타났다. 상급자에게 보고(8.7%)하거나 영화계·문화예술계 전담 기구를 통해 처리(1.3%)한 피해자는 소수에 불과했다.

    문제를 제기하거나 공식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이유에 관해 응답자들은 '당시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39.7%)라고 답하거나 '주변에서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아서'(26.8%) 등의 이유를 꼽았다. 업무나 경력상 불이익을 받을까 봐 대처하지 못한 경우와 사건 발생 조직의 의지나 능력이 없어 보여서 대처하지 못했다는 응답자도 각각 23.2%, 22.8%에 달했다.

    성희롱·성폭력 피해 이후 부정적인 변화를 경험한 것 역시 남녀간 차이가 있었다. 남성은 63.8%가 피해 이후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응답했다.

    반면 여성은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음(30.4%)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이 강해졌음(30.4%) △영화계에 실망을 느끼고 떠나고 싶었음(28.3%) △타인에 대한 혐오·불신(25.2%) △근로 의욕 저하 등 업무 집중도가 떨어짐(22.6%) △불안·두려움·우울 등 부정적 감정(21.7%) 등 부정적 변화를 겪었다.

    사건 이후 변화.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제공

     

    ◇ 예방 교육 효과 높은 것으로 조사…현장 여성 비율 증가 필요 목소리도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 비율은 2017년 48.3%보다 27.6% 증가한 75.9%로 증가했다. 전체 응답자의 72.5%는 예방 교육이 효과가 있었다고 답했는데, 남성(77.6%)이 여성(67.8%)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다.

    남성들은 조직 안에서 나의 언행을 조심하게 됐다는 응답이 36.8%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뒤를 이어 성희롱·성폭력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27.6%), 타인의 피해에 관심을 갖게 됐다(20.1%)고 응답했다.

    영화계에서는 미투 운동 이후 성적 농담이나 신체적 접촉을 조심하거나 성희롱·성폭력 발생 시 문제 제기하고 공론화하는 분위기가 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미투를 농담이나 조롱거리로 삼거나, 남성들이 여성과 같이 일하기를 기피하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영화계 성희롱·성폭력이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47.7%)과 기대하지 않는 사람(46.5%)의 비율이 비슷하게 나타나는 것도 숙제 중 하나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확실한 처벌과 징계도 필요하지만, 남성 중심 현장과 성차별적 영화계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출팀 소속 한 영화인은 "현장에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면, 그리고 또 우리도 이렇게 의지할 데가 있고 우리도 힘을 쓸 데가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으면 여성들도 그 안에서 힘을 갖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면접 조사에 참여한 한 든든 활동가는 "문화를 바꿔내야 그게 사회에도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보는 이 영화와 TV에 여성 이야기가 많아야 하고, 여성의 소리가 많이 들어가야 당연히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바뀌는 것 같다"고 밝혔다.

    영화계 성희롱·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제공

     

    ◇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영화계 조직 문화 변화

    조사를 진행한 연구팀은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와 피해자 구제를 위한 대책 마련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 효과성 제고 △성차별적 조직 문화와 노동 조건 개선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정례화와 전담기구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나영 교수는 "전반적으로 여성들은 성희롱·성폭력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계 전반 조직 문화 등의 문제라고 지적한다"며 "예방 교육도 중요하지만 성차별적 문화를 개선하고, 영화의 서사 등 내용적 측면에서도 다양성을 담보하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성희롱·성폭력 예방에 도움이 될 거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한국 영화 산업이 어떻게 가야 할 것인지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여성들이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심재명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센터장은 "표준근로계약서 내에 성폭력에 대한 제재나 법적 지원 등 조항이 신설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예민하고 중요한 문제인 만큼 영화계 많은 분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한국 영화계 성폭력 방지 특별법 제정을 위해 지혜를 끌어내야 한다.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한 영화 생태계 마련에 있어서 중요한 기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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