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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B컷]'물주에겐 한우, 돈은 중국계좌로"…옵티 로비스트의 '팁'



법조

    [법정B컷]'물주에겐 한우, 돈은 중국계좌로"…옵티 로비스트의 '팁'

    공공기관 직원에게 명절선물 보내며 인맥 관리
    과거 '대출 알선' 수사 경험 노하우로 활용키도

    ※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박종민 기자

     

    2021.3.15. 정영제 전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 재판 증인신문 中
    검사(이하 검) "증인(유현권 스킨앤스킨 고문)은 피고인 지시로 직원에게 지시해서 전파진흥원 최모 본부장에게 두 차례에 걸쳐서 명절 선물 보낸 적 있죠?

    증인(이하 증) "네 있습니다. 정확하게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 2017년에는 다른 직원들에게 안 보냈던 거 같고 2017년에는 직원을 시켜서 보냈습니다. 선물에는 양념갈비도 있었고 중요한 사람에게는 한우를 보내도록 했습니다. 물건만 보내면 안 되고 늘 카드를 넣어서 보내줬어야 했고요.

    검 "2017년 10월경 피고인으로부터 서울 용산구의 모 아파트를 임차해달라는 요구를 받았죠? 이유가 뭔가요?

    증 "피고인이 해당 건물에 자기가 자금을 유치하는데 필요한 좋은 사람들이 거주한다고 했습니다. 그 곳 아파트에 몇 층인지는 모르겠는데, 고층에 커피 가게가 있어서 중요한 사람들 만날 때는 거기에서 만나야 이야기도 안 새고 보안이 잘 지켜진다고도 말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넘어 정관계 로비 의혹까지 불거지며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옵티머스 사태' 기억하시나요? 의혹의 실체가 좀처럼 드러나지 않으며 관심은 점점 줄어들었지만 이곳 법원에서는 관련자들의 1심 재판이 한창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사태는 복잡하지만 이 사건이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단순합니다. 어떻게 마땅한 실적도 없던 이름 모를 신생 자산운용사가 1조원대 규모의 사기를, 그것도 A부터 Z까지 모든 게 '거짓말'인 완전 사기를 칠 수 있었냐는 의문 때문이죠.

    투자 결정에 보수적인 공기업들이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천억원까지 투자하고 국내의 내로라하는 증권사들이 투자 대상부터 모든 것이 허위였던 부실펀드를 멀쩡한 상품처럼 버젓이 판매하고 홍보했습니다. 이 과정까지 금융감독기관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제대로 된 제재 또한, 없었습니다.

    이같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사기극이 가능했던 배경에 관심이 쏠렸고 고비마다 '해결사'가 있었다는 정황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집니다. 바로 옵티머스의 로비스트들입니다. "국내 최고의 로비스트"로 통했다거나 하는 풍문들은 이들이 대체 어떤 행각을 벌였기에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궁금증을 더욱 키웠습니다.

    지난달 15일 이중에서도 '키맨'으로 꼽히는 정영제 전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의 재판에서는 이같은 의문을 풀어줄 내용들이 일부 공개됐습니다. 바로 정 전 대표의 로비 활동에 돈을 댄 '옵티머스 사태'의 핵심 인물인 유현권 스킨앤스킨 고문의 증언을 통해서입니다.

    정 전 대표는 대우그룹 출신으로 동부증권 부사장을 지내며 금융권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인물입니다. 옵티머스 측이 투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던 2017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으로부터 1천억원의 투자를 끌어내기도 했죠. 검찰은 정 전 대표가 이를 빌미로 옵티머스 측의 자금책 역할을 한 유 고문에게 1억원 가량을 받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픽 김성기 기자

     

    2021.3.15. 정영제 전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 혐의 中
    피고인은 2017년 2~3월경 부실채권 매입 및 매수와 부동산 관련 사업을 진행하던 유현권에게 '내가 공공기관 기금 약 1천억원 이상을 융통할 수 있으니 내가 구상하는 사업을 함께 진행하여 큰 돈을 벌자는 취지로 말하며 함께 일을 시작했다.

    '피고인은 유현권에게 공공기관 기금 등을 투자받으려면 인맥 관리 비용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그 이후 2017년 7월 경 ‘전파진흥원 기금운용본부장은 나와 막연한 사이고 우리들의 물주니 잘 모셔야 한다. 매월 1~2천만원씩 주어야 관리가 되고 더 많이 주면 버릇이 나빠진다. 잘 관리를 하면 전파진흥원 기금 수천억원을 계속 유치해 올 수 있다'고 말하면서 현금 등을 요구하였다.

    유 고문도 검찰 측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정 전 대표가 전파진흥원의 인사들을 관리한다는 명목 하 돈을 가져간 게 대체로 맞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이에 더해 정 전 대표가 로비대상을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한 '노하우'도 생생하게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예로 명절마다 전파진흥원의 '관리 대상'들에게 선물을 보냈다는 것인데 예컨대 일반 직원은 돼지갈비, 특히 중요한 인물에게는 한우를 보내라고 했다는 등의 내용입니다. 특히 중점 관리 대상에게는 선물만 보내서는 안 되며 문구가 적힌 카드도 첨부하라고 했다고 유 고문은 말합니다. 선물 공세로 로비 대상의 환심을 샀다는 것이죠.

    이런 부단한 노력이 효과가 있었는지 전파진흥원은 2017년 신생 자산운용사인 옵티머스의(당시 AV자산운용) 펀드에 도합 1060억원의 투자를 하게 되고 이 돈은 아시다시피 투자 대상이라고 설명한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이 아닌 전혀 엉뚱한 부실채권 매입을 위해 쓰이게 됩니다.

    증언에 따르면 정 전 대표가 전수한 '노하우'는 비단 로비 대상 관리 비법만이 아니었습니다. 향후 이러한 행각으로 수사망이 자신들을 향해 올 때 어떻게 해야 책임을 피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하는데요.

    스마트이미지 제공

     

    2021.3.15. 정영제 전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 재판 증인신문 中
    검사(이하 검) "돈을 인출해서 증인이 피고인에게 전달한 것이 맞습니까?"

    증인(이하 증) "중국 사람 계좌를 주셔서 여기 계좌에 돈을 넣으라며 송금도 하는 것도 (지시했습니다)"

    검 "피고인이 이 증인에게 이전에 농협 대출 관련 알선 수재 및 배임 등으로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수사 받아서 처벌받은 전력 있다. 현금도 안 되고 수표로 달라 그런 말도 한 적이 있습니까?"

    증 "네. 그 외에도 처신, 예를 들어 핸드폰은 어떻게 해야 하고 도청 장치는 어떻게 해야 하고 조심해야 할 것들에 대해 계속 말씀하셨습니다"

    검 "처신이라는 게 무슨 말이죠?"

    증 "본인(피고인)과 거래에 있어서 제 3자가 도청하는지 탐지기 사오라 해서 도청하는 것도 방지해야 하고 자금 흐름은 어떤 식으로 된다 말씀하시고…수사 받으며 문제 없는 게 왜 가능했는지 말씀하셨습니다"


    "현금은 안 되고 수표를 써야 한다", "한국 계좌가 아닌 중국 계좌로 보내라", "제 3자가 도청하는지 탐지기를 사오라"는 식으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는 게 유 고문의 말입니다.

    이러한 방법들은 모두 자금 추적을 어렵게 하는 방법들인데 유 고문은 정 전 대표가 과거 비슷한 사건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던 경험에서 이런 조언들을 해줬다고도 덧붙입니다. 정 전 대표는 지난 2009년 농협중앙회 대출 담당 직원 등과의 개인적인 친하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여(알선수재 등)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은 바 있습니다.

    유 고문의 증언대로라면 정 전 대표는 자신이 하던 행위가 떳떳하지 않은 점을 인식하고 있던 것임은 물론 과거 금융사기 사건으로 수사 및 처벌 받은 전력을 오히려 향후 범행의 노하우로 활용했던 셈입니다.

    당시 혐의 상당 부분이 유죄로 인정되고도 비교적 낮은 형에 그친 이유 중 하나가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는 점 덕분이었는데 실상 이후 행보는 정반대였던 셈인 거죠. 이밖에 유 고문은 정 전 대표가 그간 주고받은 이메일을 지우고 휴대폰도 초기화하라며 사실상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도 진술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 전 대표는 옵티머스와 전파진흥원 간 다리만 놓아줬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옵티머스가 투자한다는 매출채권이 허위라는 점도 양도가 금지된다는 점도 몰랐고 펀드를 실제로 목적과 다르게 운용하는지 등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금융권에서 선수로 통했던 정 전 대표가 과연 옵티머스 펀드가 부실펀드였다는 것조차 정말 몰랐다는 주장이 신빙성이 있는 것인지는 곧 재판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6월 옵티머스 사태에 대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어느덧 10개월째, 지난달 말 잠적했던 또다른 로비스트 기모씨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며 사건에 등장하는 주요 로비스트들은 모두 법정에 서게 됐습니다.

    금융권을 상대로 한 로비 의혹은 어느정도 베일을 벗는 모습이지만 또다른 핵심 의혹인 '정치권 로비 의혹'의 실체는 여전히 미궁인 상황. 이들 로비스트들 외에 옵티머스 사태를 가능케 한 배후의 또다른 '검은 손'이 있었는지 여부가 관심사인 가운데 이제 검찰 수사는 옵티머스 사태에 관련된 인물들 중 가장 윗급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 고문단에 대한 조사와 함께 막바지로 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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