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추신수. 연합뉴스
"개인적으로, 많은 분들이 원하시던 결과는 아닐 수 있지만 과정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앞으로의 경기가 기대가 될 정도로 오늘 굉장히 만족합니다. 다른 것보다 오늘 롯데라는 좋은 팀을 상대로 승리해 첫 단추를 잘 꿴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선수들의 사기가 많이 올라와 있고 앞으로의 경기가 기대됩니다"
메이저리그에서 쌓은 화려한 경력을 뒤로 하고 마침내 인천에 연착륙한 SSG 랜더스의 추신수(39)가 KBO 리그 데뷔전을 마치고 남긴 첫 소감이다.
추신수는 4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홈 경기에 3번 지명타자로 나서 3타수 무안타 1볼넷 1도루 2삼진을 기록했다.
비록 안타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추신수는 확고한 계획 아래 타석에 임했다. 타석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차분하게 투수의 공을 지켜봤다. 상대 투수와 심판 성향 등 아직은 낯선 리그에 빨리 적응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추신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연습 기간이 짧았고 짧은 기간에 이 정도까지 왔다. 삼진을 2개 당했지만 좋은 공이 들어온 것이고 결과를 떠나 네 타석 모두 만족할만 하다. 두 번째 타석 외에는 공을 최소 5개 이상 봤다. 쉽게 쉽게 아웃을 당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추신수의 한국 무대 첫 출루는 5회말 공격 때 나왔다. 추신수는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롯데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를 상대로 볼넷을 골랐다.
이어 4번타자 최정의 타석에서 스트레일리의 초구 승부 때 과감하게 2루를 훔쳤다. 스타트가 완벽했고 때마침 스트레일리는 느린 커브를 던졌다.
과감하면서도 빠른 판단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추신수는 도루 장면에 대해 "상황에 맞게 뛰었다. 나름 그 전부터 생각한 부분이 있었다. 1점이 중요한 상황이라 안타에도 득점할 수 있게끔 도루를 했다. 아웃되더라도 다음 이닝 때 최정이 선두타자로 나서니까 그런 부분도 생각했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8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루킹 삼진을 당했다. 풀카운트에서 들어온 직구가 볼이라고 생각했는지 1루로 걸어가려다 심판의 수신호에 발을 멈췄다. 심판에게 가벼운 질문을 던지는 장면도 포착됐다.
추신수는 "그런 장면은 미국에서도 많았다. 선수 생각에 볼 같은데 스트라이크로 판정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엄청나게 많았다"며 "심판에게 물어본 부분도 이제 심판의 특징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코스를 잘 잡는지 알게 됐다. 미국은 심판에 대해 대부분 잘 알고 들어간다. 아직은 배우고 공부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KBO 리그 무대를 처음 밟은 추신수는 경기 뿐만 아니라 경기 외적인 요소에서도 낯선 분위기를 느꼈다.
바로 관중의 열정적인 응원이었다.
추신수는 "정말 생소했다"고 웃으며 "미국은 플레이오프가 아닌 이상 관중도, 선수도 공 하나하나에 환호하지 않는다. 공을 던질 때마다 관중이 열광하고 선수들이 덕아웃에서 응원하는 모습에 미국 포스트시즌 경기를 뛰는 느낌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응원의 목소리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추신수는 "아 내가 정말 한국에서 야구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했다. 이런 기분은 동대문운동장에 학생들을 동원했던 고교 결승전이 마지막 같은데 정말 행복했다. 유니폼을 입고 있는 그 자체도 행복했다"며 웃었다.
추신수는 SSG 입단 당시 "이기려고 왔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날 홈런 4개를 쏘아올리며 5대3 승리를 달성한 팀 전체의 노력에 추신수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
추신수는 "우리 타선의 장점은 1번부터 6~7번 타순까지 다 홈런을 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 잘 보여줬다"며 "쉽게 쉽게 아웃되는 타자가 없었고 타석에서 끈질기게 승부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앞으로 선수들이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하는 야구를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