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신곡 '잠수이별'을 낸 가수 미유. 하우엔터테인먼트 제공
"안녕이라는 말은 해주고 가요/왜 나만 이렇게 힘든가요/하루하루를 그대만 기다리다/잠 못 드는 이 밤을 그댄 알고 있나요"
이별 중에서도 최악의 방식으로 꼽히는 잠수이별. 싱어송라이터 미유(Mew)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신곡의 주제이자 제목이다. 가창자인 데다 작사와 작곡까지 참여한 점 때문에 미유의 실제 경험이 아닐까 예상하는 이들이 많지만, 다행히(!) 미유의 경험은 아니라고 한다. '연애의 참견'이나 일상의 고민을 나누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다양한 사연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는 편인데, 이번 '잠수이별'도 그랬다.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신곡 '잠수이별'로 돌아온 가수 미유를 만났다. 9개월 만에 새로 선보인 곡이라 어느 때보다 떨리고 기대가 됐다는 미유. '잠수이별' 작사·작곡은 물론 곡의 시작점과 끝까지 모든 부분에 관여하며 신경 썼다. 미유는 "다른 앨범과 다르게 작사, 작곡에 함께했고 튜닝, 믹싱, 마스터링 모니터도 했다"라고 말했다.
'잠수이별'을 쓰게 된 계기를 묻자 미유는 제일 먼저 "제 얘기는 아니다"라며 웃었다. "대중의 마음을 써 놓은 것"이란다. 네이버 지식인, 네이트판, 각종 커뮤니티가 아이디어의 원천이라는 미유는 "잠수이별, 환승이별 중 최악의 이별을 고민하다가 '잠수이별'로 제목부터 짓고 시작했다. (대중의) 위로와 공감을 얻길 바랐다"라고 밝혔다.
'잠수이별'은 미유가 9개월 만에 내놓은 신곡이다.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 하우엔터테인먼트 제공
여러 소재 중 잠수이별을 채택한 이유가 있을까. 미유는 "제가 발라더이기도 하고, '잠수이별'이라고 하면 사람들도 궁금해할 것 같았다. 호기심을 유발하는 부분도 조금은 있다고 봤다"라고 부연했다.
2000년대 감성을 자극하는 편곡과 기타 사운드가 어우러진 곡인 만큼, 라이브 영상을 찍을 때도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콘셉트를 유지했다. 폴더폰에 대고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대표적이다. 그보다 조금 더 이전 시기가 연상되는 '공중전화 부스' 버전도 있다. 인터뷰 당시에만 이미 열 개 넘는 라이브 영상을 찍었다며 많이 기대해 달라고 부탁했다.
솔로로 데뷔한 건 2019년이지만 미유는 아주 어릴 때부터 음악을 했다.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친 덕에 귀가 트여 음감이 좋았다. 고3 때 수능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고, 이왕이면 하고 싶은 것을 해 보자 하는 마음에 실용음악과 입시를 뒤늦게 준비했다. 부모님은 반대하셨지만 강한 의지를 꺾을 순 없었다. 가족처럼 가까운 사람 앞에서 노래 부르는 건 꽤 쑥스럽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미유는 노래방에서 부른 노래로 부모님의 허락을 얻어냈다.
실기 시험을 기획사 월말평가처럼 치르며, 노래도 부르고 춤도 췄다. 6개월에 한 번씩 정기 공연을 해 무대에도 섰다. 주로 보컬을 맡았고, 선배들의 공연에서는 기타를 연주하기도 했다. 노르웨이 숲에서 객원 보컬로 활동하면서 작사해 보고 작곡에 참여한 경험을 살려 2016년에는 스스로 완성한 곡을 갖게 됐다. 브이홀, 롤링홀 등 홍대 공연장에서 공연 경험을 쌓았고 버스킹도 종종 했다.
미유는 2019년 가수로 정식 데뷔했다. 하우엔터테인먼트 제공
제이래빗, 커피소년 노래를 좋아하고 자주 불렀던 미유는 2019년 지금의 소속사에 둥지를 틀었다. 오디션을 꽤 길게 보았고 6개월 연습생도 거쳤다. '발라더' 양성을 지향하는 소속사 뜻을 확인하고 계약을 마쳤다. 그렇게 현재의 '솔로 가수' 미유가 탄생했다. 지금까지는 주로 이별을 소재로 한 발라드를 불렀지만, 앞으로는 사랑 노래도 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미유는 "저는 굉장히 해 보고 싶다. 회사랑은 아직 상의가 안 된 부분이지만"이라고 해 웃음을 유발했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커버 영상을 올리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댄스곡을 어쿠스틱으로 편곡해서 부르는데,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화이트의 '네모의 꿈', 폴킴의 '비', 볼빨간 사춘기의 '나만 봄', 앤 마리의 '2002', 엑소의 '옵세션'(Obsession), 아이유의 '블루밍'(Blueming),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2' OST '인투 디 언노운'(Into The Unknown) 등 가수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커버하고 싶은 아티스트로는 블랙핑크와 오마이걸을 꼽았다. 미유는 "어쿠스틱하게 부른 커버곡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있고, (제 목소리가) 여러 장르에 어울린다는 말씀도 해 주신다"라고 말했다. 어쿠스틱하게 편곡한 버전은 모두 미유의 솜씨다. 기타 코드를 따서 만든다. 미유는 그 악기 하나만으로도 "관객들 앞에서 장악할 수 있다"라는 점을 기타의 매력으로 꼽았다.
봄에 한 곡을 냈으니 올해 안에 새로운 곡을 또 내는 것이 목표다. 미유는 "회사의 컨펌이 떨어진다면 자작곡으로 나오고 싶다. 대중이 느끼기에도 더 진정성이 느껴지고, (저를) 조금 더 아티스트로 봐주실 것 같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만 아니면 날씨 좋을 때 버스킹을 하거나, 피크닉 무대에 서서 관객들과 조금 더 가까이 호흡하고 싶기도 하다.
2016년부터 자작곡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는 미유는 자작곡이 실린 미니앨범이나 정규앨범도 내고 싶다고 말했다. 하우엔터테인먼트 제공
자신의 목소리를 "담담하지만 편안"하다고 표현한 미유는 가사를 안 봐도 잘 전달되도록 말하듯이 노래하는 데 공을 들인다고 밝혔다. 곡도 많이 쓰고 싶다. 미유는 "신나는 곡도 잘 쓸 자신이 있다. 봄이나 여름에 낼 수 있는!"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싱글로만 대중을 찾았지만 언젠가는 미니앨범이나 정규앨범도 내고 단독 콘서트도 하고 싶다는 게 미유의 설명이다.
"저는 실물 앨범을 꼭 내고 싶어요. 타이틀이 안 된 곡도 실릴 수 있고, 저의 음악성을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저는 주제가 있는 앨범을 좋아해서, 나만의 일기장 같은 앨범도 만들어 보고 싶어요. 그게 목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