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만24세)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서울북부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24)은 "피해자를 살해하는 데 필요하다면 가족들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잔혹한 범죄를 결심한 뒤에는 일주일 간의 시간을 두고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김씨의 여러 행적을 종합할 때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높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경찰은 사이코패스 판정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9일 서울 노원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피해자를 살인하는 데 필요하다면 가족들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씨가 A씨의 가족을 함께 살해한 것에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일단 김씨는 A씨에게 여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또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아파트에 침입한 지난달 23일 오후 5시 30분쯤에는 A씨가 집에 없다는 점도 파악하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범행 일주일 전 A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신이 평소 잘 사용하지 않던 아이디의 닉네임을 바꿔 접속한 온라인 게임에서 A씨에게 접근해 출근 날짜를 알아냈다. A씨는 숨진 23일에 근무를 마치면 25일까지 이틀 간 휴무였다.
김씨는 사전에 범행을 면밀히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살해 방법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했고, 퀵 서비스 기사를 가장했다. 배달 기사처럼 보이기 위해 흰색 비닐 봉투도 준비했다.
한때, 김씨가 시신 옆에 머물며 취식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김씨가 범행 직후 극단적 선택을 할 목적으로 두 차례 자해를 시도했던 과정의 일이 과장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정은 이렇다. 김씨는 한 차례 자해를 시도한 뒤 의식을 잃었다. 도중에 의식을 되찾았을 때는 갈증을 해결하려 냉장고에 있던 술과 음료를 꺼내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시 자해를 시도한 뒤 의식을 잃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밥이나 다른 걸 먹은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며 "특별히 의미있는 행동을 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범행 이틀 후인 지난달 25일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다만, 일반인의 상식으로 납득이 안 가는 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발견 당시 김씨는 A씨 옆에 누워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범행 직후 김씨는 A씨의 휴대전화 패턴을 풀고 카카오톡에 들어가 함께 알고 있는 지인 2명과 A씨가 나눈 대화를 확인하고 수신차단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씨는 A씨와 지난해 게임 상에서 알게된 후 총 3차례 만났는데, 이 지인 2명과 함께한 마지막 만남에서 다툼이 있은 뒤 A씨로부터 차단을 당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연락을 차단하고 만나주지 않아 화가 나 배신감을 느껴 살해를 결심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그간 큰 감정동요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설득력을 높인다. 김씨는 지난 5일 저녁 신상공개 사실을 고지받았다. 노원서에서 조사를 받던 그는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김씨는 신상공개 소식에도 "예. 알겠습니다"라며 무덤덤하게 답했다고 한다.
다만 경찰은 김씨가 사이코패스가 맞는지 여부에 대해 아직은 말을 아끼고 있다. 경찰은 이날부터 김씨에 대한 사이코패스 판정에 돌입한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이틀간의 심층 면담은 사이코패스 평가를 위한 밑 작업이었다"며 "프로파일러들이 이 면담자료를 한참 동안 분석하고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의 사이코패스 여부에 대한 결론이 나오는 대로 검찰이나 법원에 보내 양형 자료로 쓰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