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제공.
지난 한 해 동안 882명이 산업재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정부의 공식 통계 결과가 발표됐다.
건설업 및 제조업, 소형 사업장에 산재사고 사망자가 집중된 가운데, 다른 연령층과 달리 60세 이상 고령층에서만 유일하게 산재사고 사망자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다.
고용노동부는 2020년 산업재해 사고사망 통계를 14일 확정, 발표하면서 이처럼 밝혔다.
산재사고 사망자 수는 문재인 정부 집권 후 2017년 964명, 2018년 971명에 이어 2019년에는 역대 처음으로 800명대(855명)로 감소했지만, 지난해에는 오히려 전년보다 27명 증가했다.
해마다 1천명 가까이 발생하던 산재사고 사망자를 임기 내에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한 문 대통령의 공약대로라면 지난해에는 600명대 이하로 도달해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정부의 현장 감독에 제약이 걸린데다, 38명이나 목숨을 잃었던 지난해 4월 이천 화재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정부의 목표치와는 거리가 먼 결과를 안게 됐다.
다만 임금노동자 1만명당 발생하는 산재사고 사망자 수의 비율인 사고사망만인율은 전년과 같은 0.46‱를 유지했다.
연령별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고용노동부 제공.
산재사고 사망 사례의 가장 눈에 띄는 취약 지점은 중·노년층이다. 연령별로 보면 50세 이상에서 전체 산재사고 사망자 중 72.4%(638명), 특히 60세 이상에서 39.3%(347명)가 숨져 산재사고 사망자가 집중됐다.
특히 거의 모든 연령층에서 산재사고 사망자가 줄어든 반면, 60세 이상에서만 62명이나 증가해 지난해 산재사고 사망자 증가세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업종별 사고사망 추이. 고용노동부 제공.
업종별로 산재사고 사망을 살펴봐도 중·노년층에 집중된 사망사고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건설업에서만 전년보다 30명이나 늘어난 458명이 숨져 전체 산재사고 사망자의 절반 이상(51.9%)을 차지했다. 이어 제조업에서 전년보다 5명 줄어든 201명(22.8%)이 숨져 두 번째로 비중이 높았다.
특히 사고사망만인율을 보면 건설업은 2.00‱로 제조업(0.50‱)이나 나머지 산업(0.18‱)과 차이가 컸다.
그런데 건설업 사고사망자의 77.3%(354명)가 50세 이상, 41.9%(192명)은 60세 이상 고령층이었고, 제조업 역시 사고사망자의 64.7%(130명)가 50세 이상, 31.3%(63명)가 60세 이상이었다.
특히 두 업종 모두 다른 연령층의 산재사고 사망은 줄었지만, 유독 60세 이상 사고사망자는 건설업(48명)과 제조업(18명) 모두 크게 늘었다.
그럼에도 노동부가 지난 1월 발표했던 '산재 사망사고 감소 대책'이나 지난달 발표한 '산재 사망사고 감소 대책'에서 고령층 관련 대안은 빠져있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는 감소했는데 60세 이상 연령층 취업자만 늘었고, 특히 건설업에서만 3만 6천명 가량 증가했다"며 "노동시장이 고령화됐고, 특히 사망사고가 잦은 건설업에서 60세 이상 연령층이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이천 화재 사고 사망자 중 12명이 60세 이상인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덧붙였다.
최근 10년간 사업장 규모별 사고사망 추이. 고용노동부 제공.
한편 사업장 규모 별로 보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5인 미만 사업장에서만 전년보다 11명 증가한 312명(35.4%)이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또 5~49인 사업장에서는 전년보다 43명 늘어난 402명(45.6%)이 숨져서, 50인 미만 소형 사업장에 산재사고 사망자의 81.0%(714명)가 집중됐다.
이에 따라 사망만인율도 5~49인은 0.05‱p, 5인 미만은 0.04‱p 상승했다.
반면 전년과 비교해 50~299인 사업장에서는 16명(131명, 14.9%),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11명(37명, 4.2%)씩 감소했고, 사망만인율도 각각 0.04‱p, 0.03‱p 씩 하락해 사업장 규모에 따른 산재사고 사망자의 격차가 더 확대됐다.
재해 유형 별로는 '떨어짐'(328명), '끼임'(98명), '부딪힘'(72명), '물체에 맞음'(71명), '깔림‧뒤집힘'(64명) 순으로 많았다.
다만 전년과 비교해 '떨어짐'(-19명), '끼임'(-8명), '부딪힘'(-12명), '깔림‧뒤집힘'(-3명) 등 대부분의 재해유형에서 사망자 수가 감소했다.
반면 화재에서는 이천 화재사고의 여파로 32명이나 늘었고, '물체에 맞음'도 전년보다 22명 증가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94명의 사고사망자가 발생해 전체 산재사고 사망자의 10.7%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