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안보열전]미운털 박힌 경항모 사업, 해군은 왜 계속할까

뉴스듣기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카카오톡 URL



국방/외교

    스페셜 딥뉴스

    [안보열전]미운털 박힌 경항모 사업, 해군은 왜 계속할까

    뉴스듣기

    국제정치 '역할'이나 전작권 전환 위해서도 항모 필요하다는 해군
    유사시 일본 상대할 수도 있는데 함재기 창정비 일본 가야 가능?
    중국 항모 함재기보다 F-35B 뛰어나다지만 2033년엔 '글쎄'
    모든 사항 세심하게 따지고 비판론 수용해 진행돼야

    ※튼튼한 안보가 평화를 뒷받침합니다. 밤낮없이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치열한 현장(熱戰)의 이야기를 역사에 남기고(列傳) 보도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경항공모함 전투단 개념도. 해군 제공
    해군의 숙원인 경항공모함 사업이 일단은 계속 진행되면서 관련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해군은 공식 명칭으로는 '다목적 대형수송함(LPX)-Ⅱ'라고 지칭하다가 최근에는 아예 '경항공모함(CVX)'이라고 바꿔 부를 만큼 '진심인 편'이다.

    반대 여론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중국의 대함탄도미사일(ASBM)에 무용지물이며 20대 안팎의 함재기로 큰 역할을 하기는 힘들다는 지적부터 시작해 "미국 함대의 출동 요청에 불려다니다가 볼 일 다 본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한편으론 국제정치에서 미국의 위상이 조금씩 바뀌고 있으며, 변화하는 동맹 구도에 맞춰 나가기 위해서는 항공모함이 필요하다는 반박도 나온다. 항모의 필요성을 이같은 국제정치학적 이유와 자체적인 특성에 비춰 따져봤다.
    [관련기사 : CBS노컷뉴스 2월 12일자 [안보열전]경항모는 왜 미운털이 박혔을까]

    ◇이제는 '세계 경찰' 못한다는 미국, '중국 견제' 위해 "한국 역할 필요해"?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서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회의에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2016년 일본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처음 제안해 미 트럼프 행정부와 함께 수립한 외교전략으로 흔히 '인도-태평양 전략'이라고도 불린다. 이른바 '중국 포위 구상'이라고 불리는 데서 알 수 있듯 그 목적은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 대응에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뒤 이와 함께 강조되는 군사적 개념으로 '전력 승수(Force Multiplier)'가 있다. 전투부대에 추가적인 역량을 투입해 임무 달성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무기체계를 서로 네트워크로 연결,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요소들을 뜻한다. 육해공과 사이버, 우주 등의 다양한 공간에서 수많은 전력이 네트워크로 연계해 동시다발적으로 공격을 펼치는 미군의 다영역작전(Multi Domain Operation)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지난달 14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워싱턴포스트에 <미국의 파트너십은 전세계의 '전력 승수'> 라는 글을 실었다. 두 장관은 여기에서 "동맹은 우리 군에서 '전력 승수'라고 부르는 것"이라며 "우리는 동맹과 함께할 때, 그렇지 않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미국의 전력이 한일의 그것과 결합하면 효과가 배가돼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21세기의 동맹관계에서 추구하는 방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 많은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재정 문제 등으로 인해 미국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세계 경찰'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설명하는데,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포기한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그 대신 미국이 선택한 방법은 일방적인 양자동맹보다는 '쿼드'와 같은 다자관계를 토대로, 동맹국에게 일정한 역할을 맡기면서 힘 또한 실어주자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공식적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사이의 연계협력을 추구하며 공통점이 있으면 조화롭게 추진해 나간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지난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전 비밀해제된 뒤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2018년 트럼프 행정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전략적 프레임워크(US Strategic Framework for the Indo-Pacific)> 문서에도 이와 관련된 표현이 등장한다.


    NSC는 이 문서에서 "미국의 안보와 번영은 미국, 역내 국가와 글로벌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될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자유롭고 개방적인 접근에 달려 있다"며 중국의 위협을 직접적으로 언급한다.

    이어 "인도, 일본, 호주와 미국을 주요 허브로 삼아 4자 안보 프레임워크(쿼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한국이 한반도를 넘어 지역 안보 문제에서 더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권장한다(Encourage South Korea to play a larger role in regional security issues beyond the Korean peninsula)"고 강조한다.

    ◇해군 "현대 해전서 항공기 필수…군사외교서도 굳건한 동맹 보여주는 무기체계"

    경항공모함 개념도. 지난 2월 세미나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길이 265m, 폭 43m로 만재배수량 4만 5700톤의 미 해군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보다 크다. 해군 제공
    미국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이러한 역할을 하기 위해선 항공모함이 필요하다는 것이 해군의 설명이다. 이미 2차 대전 등에서 입증됐듯 망망대해에서 적을 먼저 보고 공격하는 데 항공기의 역할이 필수적인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지스함 등에 탑재된 레이더의 탐지거리가 수백킬로미터에 이르긴 하지만, 이 레이더만으로는 멀리 떨어진 적 함대나 미사일을 미리 탐지하기가 어렵다.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일정 고도 이하에서 탐지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음영구역'이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ASBM에 회의적인 전문가들은 이를 이유로 중국의 대함미사일 위협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항모에 탑재될 F-35B는 경항모 전투단의 공격 플랫폼과 더불어 이러한 탐지의 역할을 맡게 된다. 항속거리 830km로 한반도 일대를 포괄할 수 있으며, 2020년 5월 미 의회 보고서 'F-35 JSF Program'에 의하면 F-35B의 출격 횟수(소티) 생성률 또한 F-35A보다 1.5배 높다고 해군은 설명한다. 쉽게 말해 먼 육상기지로 가는 대신 바다의 항모에서 무장과 연료 보급을 마치고 빠르게 다시 출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항모는 자체 공격 능력이 거의 없으므로 절대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말인즉슨 F-35B만 공격에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정보를 항모전투단에 공유하기 때문에 대함미사일이나 어뢰 등을 운용하는 수상함대와 잠수함과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와 관련된 언급 또한 눈에 띈다. 한미 국방당국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계획(COTP)'에 따라 이를 진행하고 있는데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확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초기 필수대응능력 구비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와 지역 안보환경까지 모두 3가지 조건이다.

    해군은 경항모가 유사시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 항모와의 연합작전능력을 향상시키며 북한 핵이나 미사일 탐지, 격퇴, 방어가 가능하고 국가의 의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강력한 현시(show of force) 수단이고 군사외교에서 굳건한 동맹 관계를 보여줄 수 있는 무기체계라고 설명한다. 즉 조건 1과 2의 충족에 경항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성렬 자문연구위원(주오사카 총영사 내정자)은 지난 2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전면전 상황에서 중국의 ASBM 위협으로 인해 항모의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전면전만을 상정해 항모를 건조하는 것은 아니며, 전면전과 저강도 분쟁은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중일의 전면전 가능성은 (세 나라 경제의 연관성 등으로 인해) 극히 낮으며, 저강도나 이른바 회색지대(gray zone, 전투나 전쟁 위험을 피해 일부러 점진적이고 애매모호하게 목표 달성을 노리는 것) 분쟁 등에서는 군사적 대치 가능성으로 인해 항공모함이 필요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활동 영역을 확대하는 등의 역할이 가능하고, 힘의 균형을 보여주는 상징성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해군사관학교 군사전략학과 유지훈 교수(해군소령)는 지난달 27일 미 외교안보 전문지 'The Diplomat'에 실린 글에서 "미국은 여전히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구하지만 커져 가는 재정 문제와 함께 보다 강해진 역내 경쟁자들에 직면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역내 경쟁자'란 당연히 중국을 뜻한다.

    그는 "미국은 한반도를 둘러싼 역내 안보를 증진하는 역할을 한국에 더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 해군의 경항모 전투단은 능력을 넘는 부담을 진 미국을 도우면서 동맹국으로서뿐만 아니라, 새로운 역내 지도국으로서 한국의 지속적 가치를 부각하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쿼드'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미국의 요구를 마냥 거절할 수도 없는 현실에서는 각종 분쟁에 대처하면서도 국익을 추구할 또다른 방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항공모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F-35 보안 문제, 함재기 수량 등 문제는 아직 산적

    미 해군의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 USS 아메리카에 착함하는 미 해병대의 F-35B. 미 국방부 영상정보시스템 제공
    경항모가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해도 우려는 여전하다. 처음 시도하는 일인 만큼 다양한 종류의 문제나 시행착오를 겪을 수는 있지만, 이것이 나중에 무시 못할 단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한국에 도입돼 운용되고 있는 F-35A는 보안규정이 매우 엄격한 것으로 공군 내에서도 악명높다. 엔진 모듈 등 창급 정비는 국내에서 아예 불가능해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정비창으로 지정한 일본과 호주의 정비창에서만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F-35B 또한 이런 상황을 겪지 말라는 법은 없다. 실제로 해군은 미 국방부의 보안규정에 따라 비행브리핑실, 무장탑재실, 정비실 등의 공간들을 특별보안구역(Special Access Program Facility)으로 설정, 미국의 공인된 기관을 통해 설계하고 시공하며 검증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전면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해도, 중국이나 일본 등 주변국의 위협에 대응한다면서 만드는 경항모의 함재기가 일본에 가야 본격적인 정비와 수리를 받을 수 있다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모순이라는 비판도 가능하다.

    경항모에 탑재될 F-35B의 수량이 20대 안팎이며 가동률까지 생각해 보면 실질적으로는 10여대가 작전 가능한데 항모의 운용 능력에는 함재기가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를 회의적으로 보는 목소리도 있다. 다만 과거 영국 항모 등의 사례를 들어 바다에서의 공중우세 개념으로 접근할 때 큰 문제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해군도 여기에 대해 뾰족한 답변까지는 내놓지 못한다. 중국의 4세대 함재기보다 F-35B와 같은 5세대 전투기가 훨씬 뛰어나고, 일본이 항모로 개조하고 있는 이즈모급의 함재기 수가 우리와 비슷하기 때문에 경항모도 최소한의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할 뿐이다.

    하지만 경항모가 취역하는 2033년까지 중국이 손 놓고 있을 리는 없으며 그 때가 되면 J-20 등을 기반으로 한 중국제 5세대 스텔스 함재기가 나와 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일각에선 약 4만 1천명(해병대 제외)의 작은 규모로 많은 설움을 겪어 온 해군이 조직 영향력 확장을 위해 항모 건조에 사활을 건다는 의심까지 나오기도 한다. 항모가 혼자 움직일 수 없으며 작전능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수많은 다른 요소들과 연계해야 하고, 추가적인 전력 도입 등 증강이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된 여러 이점 등을 고려해 경항모 사업은 일단 진행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2033년 모습을 드러낼 3만톤급(경하배수량 기준 언급으로 추정) 경항공모함은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 조선 기술로 건조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수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전략적 역할과 기대 효과, 국제정치학적 상황, 예산까지 모든 사항을 세심하게 따져야 하고 비판을 수용해 가며 진행해야 실제적인 이점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 시각 주요뉴스

    김현정의 뉴스쇼

    정관용의 시사자키

    에디터가 추천하는 꼭 알아야할 뉴스


    오늘의 기자

    많이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