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방' 사건의 공범으로 파악된 이원호 일병. 육군 제공
성착취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의 공범으로 1심에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은 현역 군인 이원호(20) 일병이 항소심에서도 같은 형을 선고받았다. 구형량보다 현저히 낮은 형량이다.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은 22일 오전 열린 이 일병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군 검찰과 피고인 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경기도의 한 부대에서 복무하던 이 일병은 박사방 내에서 성착취물을 유포하고 이 방을 홍보한 혐의 등으로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군 검찰에 따르면 '이기야'라는 닉네임을 사용했던 그는 '박사방'이 범죄단체임을 알면서도 가입·활동해 관리자 권한을 넘겨받았으며, 입대한 뒤에도 텔레그램 채널 10여개를 만든 뒤 소유·관리 권한을 조주빈에게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보통군사법원은 그에게 징역 12년형을 선고했다. 또 신상정보를 30년간 등록하며 7년간 공개·고지하고, 10년간 취업을 제한한다고 명령했다.
이 결과에 군 검찰은 형량이 약하다며 항소했고, 이 일병 측은 형량이 강하며 범죄단체 가입과 활동 관련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항소했다. 군 검찰은 이 일병에게 1심 구형량과 같은 징역 30년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래픽=고경민 기자
항소심 재판부는 '박사방'에 대해 구성원들의 인적사항을 알지 못하며, 상호간에 깊은 유대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범죄집단으로 볼 수 없다는 피고인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재판부는 "범죄집단은 다양한 형태로 존속할 수 있으며 행위 성질상 외부에서 알아보기 어려운 상태에서 극비리에 행해지는 것이 통례로, 직접적 물적 증거나 증인이 존재하기 어렵다"며 "특별한 사정 없는 한 종합하여 경험칙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데, 1심의 판단이 경험칙에 현저히 반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 1월 1심 재판부는 이 일병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비난 가능성이 크며, '박사방 조직'에 가담해 아무런 죄의식 없이 다수의 성착취물을 반복적으로 유포했다고 판시했다. 피해자들의 피해가 누적해서 반복됐으며, 그 과정에서 확보한 영상물을 비롯해 많은 양의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소지했다고도 덧붙였다.
법원은 대부분의 피해자들에 대해 별다른 피해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과, 디지털 매체의 특성상 성착취물이 유포된 뒤 완전한 삭제가 어려워 피해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초범이지만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일병의 나이, 성행, 경력, 가정환경, 범행 동기와 수단, 범행 후 정황, 기타 양형조건을 고려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범죄단체조직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음란물 제작·배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주빈에게 이같은 혐의를 인정해 지난해 11월 징역 40년형을 선고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