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씨가 불을 지른 택시 모습.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제주에 여행을 와서 택시 강도 행각을 벌인 30대 남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이 남성은 택시를 강제로 빼앗은 뒤 불을 지르는가 하면 택시에서 현금을 들고 달아났다.
22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강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백모(37‧충남)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보호관찰 받을 것을 명령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제주에 여행 온 백씨는 지난 1월 15일 오후 9시쯤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 한 도로에서 택시를 타고 가다가 목적지에 다다라서 택시기사 A(59)씨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이후 백씨는 "내가 누군지 모르느냐. 제주에 강도가 있다는 뉴스 못 봤느냐"고 말하며 A씨를 힘으로 제압하려 했으나, A씨가 백씨의 손을 뿌리치고 택시 밖으로 뛰쳐나갔다.
백씨는 곧바로 따라 나가 A씨를 붙잡은 뒤 몸 위에 올라탔다. 백씨는 A씨에게 "죽고 싶지 않으면 가만히 있으라"고 협박한 뒤 택시를 빼앗아서 인근 도롯가까지 몰았다.
백씨는 차를 세운 뒤 라이터로 택시에 불을 질렀고, 차에서 현금 66만 원을 훔쳤다. 백씨가 택시에 불을 지르면서 차량이 완전히 불에 타 2000여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백씨가 불을 지른 택시 모습.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백씨는 또 다른 택시로 갈아타 제주국제공항 1번 게이트 앞까지 갔다. 택시기사가 영수증 처리로 정신없는 틈을 타 현금 2만여 원을 들고 달아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들의 정신적 충격이 상당하다. 피해액도 적지 않다. 다만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고, 일부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범행 당시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