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캡처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의 영예를 품에 안았다.
26일(한국 시간) 미국 유니온 스테이션 로스앤젤레스와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진행 중인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의 배우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시상자로 나선 배우 브래드 피트는 "영화에 대한 저의 사랑은 저희 동네 드라이브 극장에서 시작됐다. 윤여정 같은 경우는 매기 스미스와 로버트 알트만 등의 작품을 보며 영화를 사랑하게 됐다고 합니다"라며 후보들을 소개했다. 브래드 피트는 '미나리'의 제작사 플랜B의 대표이기도 하다.
윤여정은 함께 후보에 오른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마리아 바칼로바, '힐빌리의 노래' 글렌 클로즈, '더 파더' 올리비아 콜맨, '맹크'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후보 중 유일한 아시아 배우이며, 한국 배우로서는 '최초'의 기록이다. 아시아계 배우 출신으로서는 제30회 시상식에서 '사요나라'에 출연한 일본 출신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두 번째다.
아카데미 시상식 제공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다. 나는 한국에서 왔다. 내 이름은 윤여정인데, 유럽분들은 많은 분이 제 이름을 여여라고 하거나 그냥 정이라고 부르는데 여러분 모두 용서해드리겠다"고 이번에도 재치 넘치는 소감을 전해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어 "TV에서 봤는데 오늘 직접 이 자리에 오게 되다니 믿을 수 없다"며 "아카데미 관계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저에게 표를 던져준 분들 너무 감사드린다. '미나리' 가족분들께도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또한 "무엇보다도 정이삭 감독이 없었으면 내가 이 자리에 설 수조차 없었다. 감독님은 우리의 선장이자 또 나의 감독님이었다. 그래서 너무 감사드린다"며 "내가 사실 경쟁을 믿지는 않는다. 내가 어떻게 글렌 클로즈와 같은 대배우와 경쟁을 하겠나? 글렌 클로즈 배우님의 훌륭한 연기를 너무 많이 봐왔다. 후보들 모두 다른 역할을 다른 영화에서 해냈다. 우리 사회에서 경쟁이란 있을 수 없다. 나는 그냥 운이 좀 더 좋아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윤여정은 자신의 영화 데뷔작 '화녀'의 김기영 감독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김기영 감독님께도 감사드린다. 나의 첫 감독님이셨다. 나의 첫 영화를 함께 만드셨는데 여전히 살아계신다면 나의 수상을 기뻐해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여정은 미국 이민자 가족의 삶을 다룬 영화 '미나리'에서 할머니 순자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며 제74회 영국 아카데미, 제27회 미국배우조합상, 전미 비평가위원회, 골드 리스트 시상식, 선셋 필름 서클 어워즈 등에서 세계적인 배우들을 제치고 30개가 넘는 상을 받은 바 있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나리'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등 총 6개 부문에 지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