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사유리. 사유리 SNS 캡처정부가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씨 사례와 같이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하는 등 '비혼(非婚)' 가정의 권리 보호에 대한 정책적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여성가족부(여가부)는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를 확정해 발표했다. 건강가정기본법 제15조에 따라 수립된 이번 계획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시행될 전망이다.
제4차 기본계획은 크게 △세상 모든 가족을 포용하는 사회기반 구축 △모든 가족의 안정적 생활여건 보장 △가족 다양성에 대응하는 사회적 돌봄 체계 강화 △함께 일하고 돌보는 사회환경 조성이라는 4개의 영역별 정책과제들로 마련됐다. {RELNEWS:right}
먼저 정부는 지난해 결혼하지 않고 정자를 기증받아 아기를 출산한 방송인 사유리씨처럼 '보조생식술을 이용한 비혼 단독출산'에 대한 정책적 검토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여가부는 오는 6월까지 난자·정자공여, 대리출산 등 생명윤리 문제와 비혼 출산 시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인하는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여가부는 조사결과를 토대로 정자 공여자의 지위, 아동의 알 권리 등 관련문제에 대해 연구할 필요성과 배아생성 의료기관 표준운영지침 등 구체적인 제도 개선 필요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여가부는 부 또는 모의 혼인 여부나 가족 형태 등에 따라 아동의 보편적 권리가 제한되거나 차별받지 않도록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연합뉴스실제로 지난 17일부터 미혼부가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때 친모의 정보를 일부 알고 있는 경우나 친모 쪽에서 협조적으로 나오지 않을 때에도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요건이 완화됐다.
기존에는 혼외 상태로 아이를 출산할 경우 원칙적으로 엄마만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었다. 다만, '친모의 이름과 사는 곳(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한해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미혼부 자녀의 출생신고가 가능했다.
올 초 통과된 이른바 '사랑이법'(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통해 앞으로는 친모가 특정되더라도 소재불명, 비협조 등으로 신고에 어려움이 있다면 미혼부가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현재 자녀의 성(姓) 결정방식이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포함하지 못하고 해당 자녀들의 차별을 야기한다는 지적에 따라, 출생신고 시 부모가 협의해 부 또는 모의 성(姓)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검토하기로 했다.
점차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각종 법령에 규정된 가족의 정의를 확대한다. 동거나 사실혼, 돌봄·생계를 함께하는 노년 동거 부부나 위탁가족 등 혈연이나 혼인으로 이어지지 않은 실질적인 가족도 법의 보호를 받게하려는 것이다. 정부는 민법 규정에서 아예 '가족'의 정의를 삭제하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자녀를 부모의 혼인 여부에 따라 '혼중자'와 '혼외자'로 구별하여 차별적 인식을 야기하는 현행 친자 관계법령의 개선 역시 검토한다.
스마트이미지 제공건강가정기본법 제3조는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로 규정하고 있고, 민법 제779조 역시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또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생계를 같이하는 경우)' 등 혈연 중심의 개념을 따르고 있다.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등 다양한 가족 구성과 특성을 고려한 자녀 양육지원의 폭도 넓힌다.
생계급여를 받는 한부모에게도 아동양육비를 지급하고, 추가 아동양육비 지급대상 연령을 다음달부터 만 24세에서 만 34세로 확대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에 대한 제재도 강화된다. 양육비이행법 개정에 따라 오는 7월부터 법원의 감치명령 이후에도 양육비 채무를 불이행하는 경우, △출국금지 요청 △명단공개 △형사처벌 등이 가능해진다. 자녀 양육의무 불이행 시 상속에서 제외시키는 방안(일명 '구하라법')도 검토한다.
'1인 가구'의 증가와 코로나19로 더 가중된 가족의 '돌봄 부담' 완화를 위해 사회적 안전망도 확충하기로 했다. 지난 2019년 기준 국내 1인 가구 비중은 전체의 30.2%, 2인 이하 가구는 전체 58%에 달한다.
여성가족부 제공여가부는 고독·고립 방지 등을 위한 생애주기별 사회관계망 지원 사업을 새로이 실시한다.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가족의 자녀 돌봄을 지원하기 위해 주민들이 주도하는 돌봄공동체 모델을 개발, 확산시킨다.
돌봄공동체란 '주민이 자발적으로 돌봄을 매개로 활동하는 지역 공동체'다. 여가부는 △품앗이형 △마을공동체형 △주민경제조직형 등 올해 12개 지역의 44개 공동체 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다.
돌봄의 질과 사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공적 돌봄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돌봄 종사자 처우개선 및 가족돌봄자 지원도 추진한다. 여가부는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 공동육아나눔터, 초등온종일돌봄 등 마을과 학교를 기반으로 다양한 자녀돌봄 공간을 확충하고 지자체와 학교가 연계된 '협력 돌봄모델'도 확산할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일하는 사람의 돌볼 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 이용 활성화 등을 통해 근본적으로 '돌봄친화적' 일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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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는 '육아휴직' 적용 대상자를 임금근로자에서 일하는 '모든 취업자'로 넓히는 단계적 확대에 나선다. 고용보험가입 특수고용직, 예술인,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육아휴직 급여 또한 오는 2022년 통상임금의 80%, 최대 월 150만 원(現 통상임금 50%, 월 최대 120만 원) 수준까지 인상한다.
특히 오는 2022년까지 만 0세 이하 영아기 자녀를 둔 부·모 모두가 육아휴직 사용할 경우, 두 사람에게 3개월씩 각각 최대 월 3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일·가정 양립 등 가족친화경영의 장점을 기업 구성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가족친화인증 관련 인센티브를 확대한다. 육아휴직, 대체인력제도 등의 이용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컨설팅도 집중 지원한다.
여가부 정영애 장관은 "가족의 개인화, 다양화, 계층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모든 가족이 차별 없이 존중받고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는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양한 가족을 포용하고 안정적 생활 여건을 보장하며, 함께 돌보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다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