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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폭탄' 눈치보는 與 지도부…침묵하는 문 대통령

국회/정당

    '문자폭탄' 눈치보는 與 지도부…침묵하는 문 대통령

    [문파보고서④]족쇄 된 4년 전 양념발언
    문파 눈밖에 날까, 당권 주자들은 쉬쉬
    당내선 부글…친문주류도 "기준 세워야"
    차기 대권 레이스서 논쟁 불붙을 전망

    순수한 '덕질'이라지만 어느덧 제도권 정치에 주요한 변수가 됐다. 자칭 '문파(文派)'라는 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 그리고 이들이 보내는 '문자폭탄' 얘기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가족 욕에 멘붕"…與 뒤흔든 '문파' 문자폭탄
    ② '문자폭탄'의 근원지…'문파(文派)' 카페의 작동 원리
    ③ "문자폭탄은 채찍질…故노무현 비극 이번엔 막아야죠"
    ④ '문자폭탄' 눈치보는 與 지도부…침묵하는 문 대통령
    (끝)
    2017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문재인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 사진취재단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2017년, 자신의 극성 지지자들이 당내 경선 상대 후보에게 가한 문자 폭탄과 악플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이 발언은 이후 4년 동안 여권이 일명 '문파'에 자제령을 내릴 수 없게 하는 족쇄가 됐다.[관련 기사 : CBS노컷뉴스 17. 4. 3 문재인, 문자폭탄·18원 후원은 "양념" 발언 논란]

    ◇아무도 풀지 못하는 '양념' 족쇄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과 박완주 의원.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향한 문자폭탄이 단순한 괴롭힘 차원을 넘어 의사결정에까지 영향을 주게 됐지만 당 지도부는 여전히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이 원내대표 경선 당시 CBS노컷뉴스 등 언론 인터뷰에서 "인신공격성 발언이나 욕설은 자제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대응한 게 전부다.

    당시에도 윤 위원장은 "당원으로서 의원들에게 자유롭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는 방향 자체는 긍정적"이라며 문자폭탄 행태 자체는 감싸는 모습이었다.

    앞서 원내대표 경쟁 상대였던 박완주 의원이 "지도부가 이 문제를 의제화해서 정리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지만 의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끝내 낙선했다.

    ◇"문파 눈밖에 나면 당선권 멀어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홍영표(왼쪽부터), 송영길, 우원식 후보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기 당대표 경선에 뛰어든 주자들도 소극적인 분위기다.

    그나마 송영길 의원이 "당의 건전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계하면서도 '도를 넘으면'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우원식 의원은 "그 자체로 문제삼을 건 아니지만 욕설은 적절하지 않다"는 양비론을 폈고 홍영표 의원은 외려 "저는 그것을 민심의 소리로 듣는다"고 추켜세웠다.

    당내 선거에 특히 결정적인 강성 지지자의 표심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쇄신파 조응천 의원이 "문파들 눈 밖에 나면 당선권에서 멀어지기 때문에 우선 당선되고 봐야 될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듣긴 했다"고 전한 배경이다.

    실제 문파 카페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킬 번호는 114"라는 식으로 친문 성향으로 분류되는 특정 후보 기호를 언급하면서 영향력을 과시하는 글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청와대. 스마트이미지 제공

     



    ◇침묵하는 문 대통령…참모들도 '조용'

    청와대 쪽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원색적 문자폭탄 탄착지가 자신들을 향하지 않는 탓인지 비교적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습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욕설이 섞인 문자폭탄 등은 정치적 의사표현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으면서도 "이런 문제와 관련해 내부 회의가 열리거나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욕설과 인신공격, 가족을 향한 저주 등이 담긴 문자폭탄은 정치적 의사표현의 범주를 넘어선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강성 지지자들이 스스로 자제하기만을 바라는 모양새다.

    물론 '이너 써클' 안에서도 우려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문 대통령 '양념 발언' 당시 대선 캠프에 있던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문자폭탄이나 18원 후원금 등은 함께 해야 할 동지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며 "정권교체에 이견이 없는 많은 동지들의 마음이 다치고, 또 닫혔다"고 지적했었다.

    그러나 2018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격한 표현을 하는 지지자들에게 전할 말이 없냐'는 기자 질문에 문 대통령이 "저와 생각이 같든 다르든 유권자인 국민들의 의사표시라고 받아들인다"고 답한 뒤 내부에서는 문제제기 자체가 없었다고 한다.

    ◇토론 차단 우려에…계파 불문 '대응 요구'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더민초 쓴소리 경청 1탄’에서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최진석 서강대 교수의 강연을 듣고 있다. 윤창원 기자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 내부에서는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상황을 방치한 청와대와 당 지도부를 향한 볼멘소리가 흘러나온다.

    최근 문자폭탄에 몸살을 앓았다는 한 초선 의원은 "누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을 스스로 걷어차긴 어려울 것"이라며 "의원 174명 모두가 힘을 모으지 않는 한 해결할 수 없다"고 낙담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양념 가루라서 안 달라질 것"이라는 냉소와 함께 "(문 대통령은) 본인이 임명한 장관과 검찰총장이 막장 난투극을 하는데도 모른 척하는 분 아니냐"고 비꼬았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별개로 차기 당 지도부가 앞장서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당원과의 소통에 어느 정도 제약이 불가피하겠지만 이대로 방치할 경우 민주적 토론 자체가 차단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당 차원에서 취합해서 합의 가능한 수준의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친문 주류)"거나 "당원권을 정지시키든지 아예 징계를 내려서 모두 퇴출시켜야 한다(비주류 중진)"는 요구가 계파를 불문하고 나오고 있다.

    ◇황교익 "이재명 지지 아냐" 인증한 사연

    이재명 경기도지사. 윤창원 기자

     

    문자폭탄을 둘러싼 논쟁은 장차 차기 대권 레이스와 맞물리면서 다시 한 번 불붙을 전망이다.

    당장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20일 "(문자폭탄 발신처를) 1천 개쯤 차단하면 안 들어온다고 한다. 일반 당원의 의지가 소수의 과격한 주장과 표현 방식에 과도하게 영향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선 긋기에 나섰다.

    대권 주자를 자처하는 당내 다른 인사들과는 상반되는 평가로, 향후 이 대목에서 파열음이 생길 수 있음을 예고한다.

    당대표 시절 강성 지지자를 '에너지원'이라고 호평했던 이낙연 전 대표의 경우 최근 문자폭탄 논란에 "절제의 범위를 지키도록 노력하는 것이 설득력을 얻는 데 도움 될 것"이라면서도 "어떻든 당원들의 의견은 존중돼야 한다"고 두둔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팬클럽 '손가락 혁명군'. 연합뉴스

     

    실제 문 대통령 열성 지지자 일명 '문파' 측이 반감을 가장 크게 드러내는 쪽도 이 지사와 이 지사 팬클럽 '손가락 혁명군'이다. 2017년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벌어진 갈등의 골은 여전히 깊다.

    최근 CBS노컷뉴스 인터뷰에 응한 강성 지지층 6명 가운데 5명 역시 이 지사를 비난하는 데 상당 시간을 썼다. "본선 경쟁력이 없어서 정권 교체를 초래할 것(40대 여성 A씨)"이라는 주장부터 "이 지사가 LH 사태 폭로의 배후(40대 여성 B씨)"라는 억측까지.

    CBS노컷뉴스 '문파보고서'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문자폭탄 자제를 당부했던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나는 문재인 지지자다. 이재명 지지자가 아니다"라는 '인증 글'을 추가 게시해야 했을 정도다. 황씨는 문 대통령 지지모임 '더불어포럼' 공동대표 출신이다.

     

    그래픽=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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