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치매 등 만성질환을 앓는 것으로 의심되는 여성의 집에 수차례 침입해 상습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이 범행 일주일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 여성은 경제 상황이 열악한 재외동포로, 아들이 일하러 간 사이 홀로 집에 있어야 했다. '복지 사각지대' 속 또 다른 피해가 나오지 않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홀로 있던 치매의심 여성 상습 성폭행…경찰, 구속영장 신청 30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서울 금천경찰서는 지난 2일 50대 남성 A씨를 유사강간, 주거침입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은 전날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보완 수사를 요청하면서 추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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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인 A씨는 지난달 27일 금천구에 있는 한 다세대 주택에 두 차례 침입해 80대 여성을 유사강간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수사 결과, A씨의 추가 범행이 드러났다. 경찰이 집 근처 CC(폐쇄회로)TV를 확인해 보니, 범행 전 일주일 동안 A씨는 수차례 피해 여성의 집에 침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전 기간 범행 여부는 CCTV 영상 보존 기간 만료 등으로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피해자가 혼자 있을 때 범행을 저질렀으며, 범행 횟수가 여러 차례인 점 등에 미뤄 범행이 의도적이라고 보고 전날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 27일 경찰 조사를 받은 A씨는 초반에는 범행을 부인하다가 이후 "1~2차례 범행을 했다"는 취지로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가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의심돼, 경찰은 피해 관련 진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피해 여성에 대한 신변보호 조치를 하고 검찰에 피해자 생계비 지원을 신청했다. 금천구 치매안심센터는 피해자를 센터에 등록하고 치매 선별검사를 해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외동포 취약계층' 사각지대…외국인 환자 서비스 접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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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여성은 F4 비자(재외동포 비자)를 보유한 재외동포로 아들과 함께 사는데, 일용직 노동자인 아들이 집을 비울 때마다 홀로 누워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의 아들은 CBS노컷뉴스에 "(어머니가) 치매 검사를 받은 적은 없지만, 2년여 전부터 치매 증세를 보였다"며 "어머니 혼자 문을 열 수 없을 뿐더러, 집에서 발생한 화재가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경험이 있어 그 이후로 집 문을 잠그지 않았다"고 말했다.
80대 노모가 홀로 집을 지켜야 했던 이유는 사회 취약계층 지원 서비스에서 재외동포 등이 소외돼 있기 때문이다. 아들이 벌어온 일당은 두 식구의 생활비, 월세 등을 감당하기에도 빠듯했다. 피해자의 아들은 "피해 이후 어머니의 상태가 더 심각해져서 일을 나가지 않고 온종일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고 했다.
자치구별로 운영하는 치매안심센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 서비스, 노인 주간보호 센터 등 외국인도 이용할 수 있는 돌봄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도 사실상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의 아들은 "어머니가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만, 장기요양 등급 판정을 받고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예 몰랐다"며 "치매 검사를 받으라는 연락은 (사건) 이전에 온 적 없다. 재외동포에게는 홍보가 없었다"고 했다.
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외국인은 치매 돌봄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치매 상담 콜센터를 통해 관련 상담을 받을 수 있지만, 외국어를 전문으로 하는 상담원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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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취약계층 복지 사각지대를 메워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허준수 교수는 "재외동포이면서 여성이고 노인인 문제, 세 가지가 중첩됐다. 정보 격차도 있다"면서 "외국인들의 사회복지 서비스가 어떻게 수급되는지에 대한 조사와 보장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순둘 교수는 "우리나라 국적이면 '동복지 허브화' 사업으로 제도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외국인은 그 망에서 벗어나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