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텍사스 양현종. 연합뉴스
성공이 보장된 KBO 리그를 떠나 미국 무대에서 아름다운 도전에 나선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이 한국인 메이저리거 역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양현종은 역대 한국인 투수의 메이저리그 선발 데뷔전 사상 가장 많은 탈삼진을 기록한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양현종은 6일(한국시간) 미국 미니애폴릿 타겟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3⅓이닝 동안 탈삼진 8개를 곁들이며 4피안타(1홈런) 1볼넷 1실점으로 분전했다.
이로써 양현종은 1995년 박찬호(LA 다저스)와 2013년 류현진(당시 LA 다저스)의 종전 기록 5개를 뛰어넘어 한국인 투수의 역대 메이저리그 선발 데뷔전 최다 탈삼진 기록을 다시 썼다.
패스트볼 구속은 80마일 후반대에 형성됐지만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등 제구력이 뒷받침된 변화구를 적절히 섞어 효과를 봤다.
시즌 세 번째 등판에서도 상대 득점을 최소화 한 양현종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2.25가 됐다.
출발부터 화려했다.
양현종은 1회말 세 타자를 연이어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높은 코스의 슬라이더와 패스트볼,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으로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 등을 결정구로 삼아 미네소타 타자들을 압도했다.
양현종은 2회말 메이저리그 타자의 강력한 파워를 몸소 실감했다.
1사 후 미치 가버에게 던진 88마일짜리 몸쪽 낮은 패스트볼이 좌월 솔로홈런으로 연결됐다. 코스가 나쁘지 않았지만 가버의 스윙이 워낙 좋았다.
양현종은 이후 두 타자를 연거푸 삼진으로 처리하고 이닝을 끝냈다.
양현종은 3회말 첫 두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네 타자 연속 탈삼진을 기록했다. 절묘한 제구력으로 타자의 방망이를 헛돌리는 체인지업의 위력이 대단했다.
이어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 중 한명인 바이런 벅스턴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조시 도널드슨을 1루 파울플라이로 잡아내고 불을 껐다.
텍사스가 4회초 1점을 만회해 1대1 동점을 만든 가운데 양현종은 4회말 선두타자 넬슨 크루즈에게 중전안타를, 카일 갈릭에 2루타를 맞았다.
이어 가버를 볼넷으로 내보내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양현종은 호르헤 폴랑코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고 한숨을 돌렸다.
투구수가 66개에 이르자 텍사스는 양현종을 내리고 불펜투수 존 킹을 투입했다. 위기 상황이었고 투구수 제한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양현종은 마이너리그의 늦은 개막으로 인해 투구수를 충분히 끌어올리지 못한 상태로 빅리그에 투입됐다.
투수 교체는 성공했다. 킹이 두 타자를 모두 아웃 처리하면서 양현종은 실점을 기록하지 않았다.
스플릿 계약으로 미국 무대을 밟은 양현종은 입단 당시 크게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KBO 리그 경력은 화려했지만 미국에서는 나이가 적잖은 신인이었고 연봉 역시 메이저리그 한 자리를 보장할 정도로 많은 편이 아니었다.
양현종은 개막 로스터 진입에 실패했지만 차분히 기다렸다. 지난달 말 메이저리그에 콜업된 양현종은 두 차례 롱릴리프 등판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게다가 일본인 선발투수 아리하라 고헤이가 손가락 부상을 당하면서 마침내 양현종에게 선발 등판의 기회가 돌아갔다.
양현종은 역시 선발 체질이었다. 비록 승리를 따내지는 못했지만 양현종은 만만치 않은 미네소타 타선의 득점력을 봉쇄하며 또 한번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