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토론토의 에이스 류현진. 연합뉴스
"경기 후반에 던진 공이 초반보다 좋았다"
오른쪽 둔부 통증을 극복한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부상자 명단에서 복귀한 이후 첫 선발 등판 경기를 마치고 남긴 말이다.
류현진은 7일(한국시간) 미국 오클랜드 콜리세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6피안타(1홈런) 1볼넷 6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지난달 말 탬파베이 레이스전 도중 부상을 호소해 자진 강판했다. 이날 경기는 11일 만의 선발 등판이었다. 부상 상태가 경미해 선발 로테이션을 한 차례만 건너 뛰었다.
그래도 몸 상태에 대한 우려가 적잖은 경기였다. 특히 선발 로테이션 내에서 류현진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토론토 구단으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류현진은 1회말 선두타자 마크 캐나에게 리드오프 홈런을 허용했다. 시속 141.5km의 포심패스트볼이 한가운데로 몰렸다. 실투였다. 구속이 뒷받침되지 않아 큰 타구로 연결됐다.
류현진은 3회말 집중타를 허용해 대거 3점을 내줬다. 하지만 초반부터 불을 뿜은 타선에 힘입어 시즌 2승(2패)을 수확할 수 있었다.
토론토는 이날 올시즌 팀 자체 최다인 16안타를 몰아쳐 10대4로 승리했다.
류현진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경기 초반 패스트볼의 속도가 좋지 않았고 전반적으로 제구 역시 안 됐다며 아쉬워 했다.
스스로에게 가장 반가운 소식은 경기 도중 부상 부위의 통증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시즌 개인 최다 타이인 한 경기 4실점을 기록했지만 류현진의 빠른 반등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류현진은 최근 몇년동안 메이저리그에서 제구력이 가장 좋은 선발투수 중 한명으로 평가받았다. 영점을 잡는 능력은 리그 정상급이다. 제구 난조가 반복되는 유형의 투수가 아니다.
류현진은 올해 체인지업의 비율을 높였다. 이로 인해 체인지업이 타자의 배트에 맞아 나가는 빈도는 잦아졌지만 두 구종간 조화에 힘입어 패스트볼의 구종 가치가 상대적으로 좋아졌다.
그래도 어느 정도 속도는 뒷받침돼야 한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에도 패스트볼 구속이 떨어진 날 고전을 면치 못했다. 타 구종과의 조화 역시 흔들렸기 때문이다.
희망적인 요소는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구위가 나아졌다는 류현진의 자신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류현진이 4회까지 던진 패스트볼의 평균 속도는 시속 88.3마일(약 142.1km)에 불과했다.
야구 통계 전문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류현진의 최근 두 시즌 평균 패스트볼 속도는 시속 89.7마일(약 144.4km)이었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에서 투구수가 많아진 5회말에 들어 오히려 더 빠른 패스트볼을 던졌다.
마지막 이닝의 패스트볼 평균 속도는 시속 89.9마일(약 144.7km)로 이전 이닝에 비해 더 빨라졌다. 4회말까지 변화구를 주로 던졌던 류현진이 5회말 들어 패스트볼의 비율을 확 높인 것도 이 같은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힘이 빠진 상태에서 패스트볼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것은 경기를 하면서 투구 밸런스를 찾아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류현진은 건강하게 돌아왔고 경기를 치르면서 스스로 감을 찾아갔다. 다음 등판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