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을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처음으로 언급한 주제는 바로 '백신' 문제였다. 한미간 백신 협력 강화를 정상회담의 주요 목표로 삼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 "백신 협력 강화, 백신 생산 허브 계기 삼겠다" 문대통령 방미 목표 첫 언급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번 방미를 백신 협력을 강화하고,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오는 21일(미국시간) 워싱턴 DC에서 정상회담이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한미 양국간의 백신 파트너십 강화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우선, 상반기 백신 물량 확보를 위한 '백신 스와프'가 본격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백신 스와프는 미국이 넉넉하게 확보한 상반기의 백신 물량을 빌려온 다음, 하반기 국내 도입 물량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국내 상반기 백신 물량이 부족해 수급을 조절하기 위한 차원이다.
최근 이수혁 주미대사도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6월 전 백신 공급을 위해 백악관과 국무부 인사들을 접촉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합뉴스
기술 이전을 통한 국내 백신 생산도 주요 의제 중 하나다. 미국의 백신 원천 기술을 이전받아 국내 기업이 백신을 생산함으로써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측의 구상이다.
이호승 정책실장은 지난 1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은 백신에 대한 원천기술과 원부자재를 가지고 있고, 한국은 세계 2위 수준의 바이오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두 개를 결합하면 한국이 백신 생산 글로벌 허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신 협력을 받는 대신에 우리 측은 반도체 등의 주요 사업과 관련해 미국의 공급망에 협력하는 반대급부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방미길에 경제사절단 형태로 기업인들이 대거 동행하는 가운데 미국 내에 반도체나 배터리, 자동차 사업의 투자계획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 대북 문제도 주요 의제…'대북정책-한일관계' 연계설 나오자 정부 발끈대북정책도 빠질 수 없는 한미간 주요 의제로 꼽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가 마무리 단계인 가운데, 오랜기간 단절된 남북·북미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될지 주목된다.
우리 정부는 바이든 정부가 전임인 트럼프 정부의 싱가포르 선언을 부정하지 않고, 그 토대 위에서 시작하려 한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평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3국 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해서도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현재 양국은 주요 의제와 일정을 계속 조율중에 있다. 방역을 비롯한 여러 상황이 유동적인 만큼 출국 직전까지도 의제와 일정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한편 한 언론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에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한일 관계 개선을 노력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정부는 "악의적인 보도"라며 적극 부인했다.
외교부는 "우리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에 한일관계 개선 노력을 약속하는 대신 싱가포르 선언 계승 등 우리 정부가 원하는 대북정책을 반영시켰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악의적인 보도"라며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이러한 추측성 보도는 우리의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