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오른쪽은 이베이 사옥. 롯데지주 제공·이베이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지난 주말 비건용 대체육 공장과 2차 전지 소재 공장을 잇따라 방문하며 현장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도 성공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커머스 넘버 3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성공해 지난해 출범한 롯데온(ON)의 부진을 떨쳐낸다면 가격·수수료 경쟁중인 이커머스의 판도가 다시 한 번 흔들릴 전망이다.
롯데온은 나영호 신임 대표 취임 후 롯데온 출범 1주년 행사 '온세상 새로고침'을 대대적으로 열었다.
부임 후 첫 행사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일주일 간 진행한 ‘온세상 새로고침’ 행사 매출이 지난해 5월 같은 기간 대비 439.2% 신장했다.
그 중 패션 부문 매출이 611.6% 신장했고, 스포츠레저용품도 425.3% 증가했다. 롯데쇼핑은 행사 기간 동안 롯데온을 찾은 고객 수가 2배 가까이 늘고 상품 구매 고객 수도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베이코리아 전략사업본부장 부사장에서 롯데온 수장으로 자리를 옮긴 나영호 대표의 각오도 남달랐다. 그는 첫 출근한 지난 12일 그가 전 직원들에게 자신의 '디지털 DNA정체성'을 고백하며 '변화'를 주문했다.
나 부사장은 전 사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저는 대홍, 롯데, G마켓, 이베이 출신이 아니라 '인터넷 출신'이고 '디지털 DNA'를 가진 사람"이라고 자신을 '정의'했다.
그리고 "우리 DNA는 디지털이어야 하고 우리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는 디지털 방식에 걸맞게 변화하고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룹의 디지털 전환'이 자신에게 부여된 미션"이라고 했다. 오프라인에 머물러 있는 '유통 강자 롯데'의 타이틀을 버리고, 이커머스의 새로운 승자로 다시 태어나자는 신동빈 회장의 '주문'인 셈이다.
그가 받은 '미션'은 그룹의 '고민'과 맞닿아있다. 지난 10일 발표된 롯데쇼핑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 영업이익은 261% 증가했지만, 롯데온으로 대표되는 이커머스 사업부 매출은 28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영업손실액도 290억원을 기록해며 적자 폭이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이커머스 부진을 해소할 카드로 롯데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 지분 15%를 롯데물산에 매각해 8300억 원의 '실탄'을 마련했다. 롯데리츠에 부동산 등을 양도하며 자금을 마련해 현금성 자산 2조7000억 원도 확보했다.
현재 이베이코리아 입찰에는 롯데와 신세계, SK텔레콤, MBK파트너스가 숏리스트로 선정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연합뉴스
다만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베이코리아의 연평균 거래액은 20조원으로, 네이버와 쿠팡에 이어 3위지만 5조 가치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최근 미국 증시에 상장해 100조 가까운 평가를 받았다가 최근 공모가 아래로 주식이 급락한 점도 이베이코리아가 제시한 5조원이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가 5조원을 제시한 이유 중 하나도 쿠팡의 영향이 큰데 최근 쿠팡의 실적을 보면 인수가격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5조원이 적정한 가격인지는 시장에서 계속 의문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베이코리아의 본입찰은 실사작업 등 일정이 미뤄지면서 일정이 이달 말로 연기됐다. 본입찰에서는 높은 금액을 제시한 기업이 최종 협상대상자로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