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김광현. 연합뉴스
"김광현에게 아직 힘이 남아 있는지 확실히 알고 싶었다"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감독이 25일(한국시간) 미국 시카고 개런티드레이트 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인터리그 원정경기 6회말 2사 1루에서 김광현이 서있는 마운드를 방문한 이유다.
당시 김광현의 투구수는 96개였다. 김광현은 이전까지 한 경기에서 90개 이상의 공을 던진 적이 없었다.
득점권 위기는 아니었지만 다음 타자 앤드류 번은 앞서 김광현을 상대로 2루타를 때렸던 선수다. 전날 경기에서 뉴욕 양키스의 강속구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을 상대로 솔로포를 때리는 등 타격 감각이 좋았다.
실트 감독은 경기 후 미국 현지 언론을 통해 "김광현과 번은 그리 좋은 매치업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김광현은 잘 던지고 있었다. 그래서 다음 타자를 상대해도 괜찮으니 볼카운트를 2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하고 던져달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신중하게 공을 던졌다. 첫 2개의 공은 보더라인 밖으로 살짝 빠지는 볼이었다. 세 번째 공은 몸쪽 낮게 들어가는 체인지업이었다.
그런데 번은 김광현이 던진 낮은 공을 걷어올려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홈런으로 연결했다. 세인트루이스는 1대2 역전을 허용했고 결국 1대5로 졌다. 5⅔이닝 3실점을 기록한 김광현은 시즌 2패(1승)를 기록했다.
실트 감독은 김광현을 탓하지 않았다.
실트 감독은 "김광현은 좋은 공을 던졌고 타자가 워낙 잘 쳤다. 그게 바로 야구"라며 김광현을 다독였다.
친정팀 세인트루이스를 상대한 토니 라루사 화이트삭스 감독도 번의 결승 투런홈런은 타자가 좋은 스윙을 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라루사 감독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그가 친 타구가 담장 밖으로 나가기는 했지만 한가운데로 들어온 공은 아니었다. 자세를 낮춰서 스윙해야 했고 그걸 해냈다"며 공략이 쉽지 않았던 공을 잘 때린 타자를 칭찬했다.
김광현이 던진 99번째 공이 이날 승부를 결정하기는 했지만 그는 이전까지 상대 선발 랜스 린과 함께 눈부신 투수전을 연출하며 팀에 승리할 기회를 부여했다.
무엇보다 위기 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김광현은 주자가 2루나 3루 혹은 2,3루에 위치한 득점권 위기에서 특히 왼손투수에 강한 화이트삭스 타선을 6타수 무안타로 막았다.
이번 시즌 김광현의 득점권 피안타율은 0.100(30타수 3안타)다. 위기 관리 능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올시즌 기록(0.194)보다도 낮다.
만약 세인트루이스 타선이 경기 초반부터 힘을 냈다면 충분히 선발승을 기대해볼만한 투구 내용이었다.
하지만 랜스 린은 5회까지 노히트 행진을 달리는 등 7이닝 1실점 호투로 세인트루이스 타선을 압도했다.
세인트루이스는 랜스 린에게 친정팀이다.
2008년 드래프트 지명을 받은 뒤 2011년에 데뷔해 2017시즌까지 카디널스에서 뛰었다. 린은 "포스트시즌 경기를 제외하면 오늘 승리는 내 야구 인생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승리"라며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