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 이한형 기자
미성년자를 비롯한 피해자들에 대한 성착취 영상을 제작하고 유포한 '박사' 조주빈(24)에게 항소심에서 징역 42년이 선고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조씨를 중심으로 운영된 '박사방'을 1심과 마찬가지로 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를 목적으로 하는 '범죄집단'으로 재차 결론내렸다.
서울고법 형사9부(문광섭 부장판사)는 1일 범죄집단조직‧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 제작 및 배포 등 혐의로 기소된 조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42년 및 추징금 약 1억 800여만 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30년 동안 전자발찌 부착과 10년 동안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복지시설 취업제한 및 신상공개도 함께 명령했다.
함께 기소된 공범인 전 거제시청 공무원 천모씨와 전직 사회복무요원 강모씨에게는 각각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천씨는 1심보다 형이 2년 줄었고 강씨는 1년이 늘어났다. 천씨에게는 10년 동안 신상정보 공개를, 강씨에게는 7년 동안 신상정보 공개 및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함께 명령했다.
조씨에게 가상화폐를 지급한 임모씨와 장모씨에게는 각각 징역 8년과 징역 7년을 1심과 마찬가지로 선고했다. 미성년자인 '태평양' 이모(17)군도 마찬가지로 1심과 같은 장기 10년‧단기 5년형이 선고됐다. 소년법은 미성년자에게 2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할 때는 단기와 장기를 구분해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조씨와 공범들은 부인했지만 박사방은 범죄집단이 맞다고 1심에 이어 재차 판단했다. 법률상 범죄집단이 되기 위해서는 △목표한 범행이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고 △일정 숫자 이상의 구성원이 있어야 하며 △조직 내 일정한 체계 또는 구조를 갖춰야 하는데 박사방은 이 요건들을 모두 충족했다고 본 것이다.
박종민 기자
재판부는 "조주빈을 필두로 강훈 등 구성원이 추가로 결합됐고 이들은 조주빈을 도와 개인정보를 조회하거나 성착취 영상 제작 명령을 이행하고 배포하는 등 방법으로 각종 적극적인 행위를 했다"며 "조주빈의 성착취 영상 제작 및 배포 행위가 법상 허용되지 않는 행위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도 이를 목적으로 모인 것이다"고 설명했다.
최대 무기징역 선고가 가능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 범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일정 숫자 이상의 구성원이 참여했고 구성원들은 조씨의 지시에 따르는 '일종의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공범 중 천씨가 참여한 N번방 중 하나인 '시민의회방'은 구성요건 상 범죄집단에 이르는 것은 아니라고 원심과 달리 판단하기도 했다.
다만 천씨 측이 범죄집단을 조직한 수준은 아니라도 시민의회방에 참여한 목적 등을 고려할 때 가입한 점은 인정된다고 봤다. 아울러 1심부터 이어온 경찰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위법수사를 했다는 주장도 "영장 집행 과정에서 다소 위법이 있더라도 위법의 정도가 경미하고 적법 절차의 실질적인 면을 침해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이밖에 조씨를 비롯해 일당들이 범죄집단죄 외에 다투고 있는 개별 성착취 범행 등에 대해서는 대체로 원심과 같이 대부분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조씨가 항소심에서 추가적으로 일부 피해자와 합의한 점 △두 가지 사건이 병합돼 하나의 형을 선고해야 하는 점 등은 양형요소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들은 여성, 아동 청소년들을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노예라고 지칭하며 성적대상화하며 사회의 건전한 성의식과 성관념을 왜곡시켰다"며 "모방범죄의 가능성도 높아 제 2의, 제 3의 박사방이 만들어질 우려마저 있어 사회 예방적 차원에서도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조주빈. 이한형 기자
녹색 수의 차림에 긴 머리를 한 조씨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정면을 응시하다 주문 낭독이 시작되자 재판장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방청석에는 약 60여 명의 취재진과 방청객들이 자리했다. 일부 방청객들은 조씨에 대해 유리한 양형사유가 언급될 때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쉬기도 했지만 대체로 조용한 분위기에서 선고가 진행됐다.
조씨는 지난 2019년 5월부터 2020년 2월까지 미성년자 등을 포함해 20명이 넘는 피해자를 협박해 성착취 영상물을 촬영하고 이를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박사방은 조씨를 구심점으로 삼은 성착취물을 제작·유포를 목적으로 한 '범죄집단'으로 결론내리고 범죄집단조직죄를 적용해 추가 기소했다.
조씨는 앞서 이같은 혐의에 대해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해당 사건 1심 재판이 진행되던 도중 추가 성착취 범행과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로 전 사회복무요원(공익) 강씨와 함께 재차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두 사건은 1심에서는 각각 재판이 진행됐지만 항소심 들어 하나로 합쳐져 심리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