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엘시티 앞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 모래가 날려 바닥이 그대로 드러난 모습. 송호재 기자
부산 해운대 엘시티 앞 바닷가에 돌풍이 불어 백사장이 훼손되는 현상이 또다시 확인됐다.
[2020.10.12 부산CBS노컷뉴스=바람 불자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 '초토화'…엘시티 빌딩풍 때문?]
계속된 피해에도 관할 지자체는 소극적인 땜질 대처만 반복해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중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동편. 모래로 덮여있어야 할 백사장에 크고 작은 자갈과 돌멩이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희고 고운 모래 대신 검은 흙바닥이 노출됐고, 곳곳에 움푹 파인 웅덩이까지 발견됐다.
지난해 10월 강풍에 초토화된 부산 엘시티 앞 해운대해수욕장. 송호재 기자
초고층 건물 '엘시티'와 맞닿은 해운대해수욕장 동편 백사장은 이처럼 강한 바람이 불거나 파도가 치는 날이면 어김없이 모래가 날려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도 강풍에 날아간 모래가 호안도로는 물론 엘시티 화단까지 날아가 민원이 빗발친 바 있다.
지역 주민들은 엘시티가 조성된 이후 백사장이 훼손되는 이상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고 전했다.
실제 바람이 강한 날이면 엘시티 주변만 유독 돌풍에 가까운 바람이 부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다며, 빌딩풍 영향으로 백사장이 훼손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해운대구 주민 A씨는 "지난해 강한 바람이 불 때 백사장이 초토화된 적이 있는데, 이후에도 바람이 강한 날이면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엘시티가 완공된 이후 더 심해졌다"라며 "곧 피서철인데, 미관상 불편할 뿐만 아니라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까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강풍에 모래가 날려 훼손됐던 해운대해수욕장 동편 백사장을 정비한 모습. 송호재 기자
백사장 훼손이 발견된 뒤 일주일 만에 다시 현장을 찾아가 확인한 결과 해수욕장은 깔끔하게 정돈된 상태였다.
관리 주체인 해운대구가 백사장 훼손 사실을 확인한 뒤 모래를 투입해 복구 작업을 벌인 것이다.
이처럼 반복되는 피해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는 손을 놓은 채 '땜질식' 대처만 반복하는 상황이다.
특히 관련 용역까지 발주해 지난해 해운대 지역에 빌딩풍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결과까지 받아들었지만, 이후 이렇다 할 대책이나 개선 방안은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해운대구 역시 최근 백사장 복원·정비 작업을 한 달 평균 10차례 가까이 진행했다며, 백사장 모래가 유실되는 상황이 빈번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일선에서 이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처 방안이 없어, 훼손이 발견될 때마다 곧바로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해운대해수욕장 동편 백사장에 유독 바람이 심하게 불어 모래가 날리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유실이 확인될 때마다 곧바로 인력을 동원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가 반복되는 것은 맞지만, 당장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처 방안은 없는 상황"이라며 "빌딩풍 관련 용역까지 진행한 만큼 조만간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