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가운데)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강민국(오른쪽) 원내대변인, 전주혜 원내대변인이 9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 국민의힘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의뢰하기 위해 민원실로 들어서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읍참마속(泣斬馬謖:눈물을 머금고 목을 벰)' 이후 다음 시선은 야당 쪽으로 쏠리고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대뜸 현행법상 권한이 없는 감사원에 조사를 의뢰하고 나서면서 민주당을 비롯한 다른 정당들의 질타를 받게 됐다.
◇ 민주당 내부반발 크지만…강경한 지도부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투기 의혹이 제기돼 당 지도부에게 탈당 권유나 출당 조치를 받게 된 민주당 의원 12명은 하나 같이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가운데 6명은 일단 지도부 판단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김한정·김회재·윤미향 의원 등 일부는 반발의 목소리를 거듭 키워가고 있다.
다만 지도부는 '강제 출당'까지 거론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본인들이 탈당을 하지 않는다면 당에서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제명 쪽으로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김태응 부동산전수조사추진단장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등 부동산거래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 국민의힘 둘러싸고 6개 정당 십자포화그런가 하면 민주당은 동시에 야당도 같은 기준에서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문제를 권익위 대신 감사원으로 들고 가겠다는 국민의힘 방침엔 국회가 감찰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관련법을 들어 반박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재형 원장이 믿음직해서 감사원 조사를 얘기했다면 차라리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조사를 받겠다고 얘기하는 게 더 낫지 않냐"고 비꼬았다.
정의당·국민의당·열린민주당·시대전환·기본소득당 등 비교섭단체 5개 정당도 소속 의원 조사를 권익위에 의뢰하며 국민의힘에 십자포화를 날렸다.
추경호(가운데)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강민국(오른쪽) 원내대변인, 전주혜 원내대변인이 9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 국민의힘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의뢰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전수조사 의지 있나…논란 계속될 듯
하지만 국민의힘은 보란 듯이 이날 오후 감사원에 조사의뢰서를 제출했다.
감사원이 관련법상 국회는 감찰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난색을 보이자 이들은 직무 감찰이 아니라 실태 조사를 의뢰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저희가 비리가 있어서 감찰을 해달라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어느 곳보다 정치적 독립성, 중립성이 확보돼 있고 전문성이 있는 기관에 조사를 의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당초 국회 차원의 결의로 감사원 감찰을 요청하는 방안이 여의치 않자 아예 '원포인트'로 관련법을 개정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전수조사 수용 문제는 조만간 뽑힐 차기 당대표의 첫 과제가 되겠지만 실제 의지가 있는지를 둘러싸고는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