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이준석 당선자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준석 돌풍'은 결국 관철됐다. 11일 전당대회를 통해 국민의힘을 이끌게 된 이준석 신임 당대표는 이제부터 '현상'이 아니라 진검을 가지고 당권 장악을 위한 승부를 겨뤄야 한다. 변화를 환영한다며 축하인사를 건넨 여권이 속으로는 불안해하듯,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기존 정당문법을 깨부시는 30대 당대표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게 읽힌다. 이 대표의 진짜 실력은 경선관리 혹은 야권재편 과정에서 극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일단 새 지도부의 면면을 보면, 이 대표에게 우호적인 판은 아니다. '평균 나이 44, 호남수석, 여성'이라는 보수당답지 않은 외관에도 불구,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강경 보수 성향으로 분류돼 왔다. 당 관계자는 "최고위원들이 이 대표의 드라이브를 지원해 주지 않을 경우, 국민의힘은 선거 때와 같은 '돌풍','변화'보다 '내홍','분열' 등의 단어와 함께 세간에 오르내릴텐데, 이 대표의 화법을 보면 최고위원들을 잘 보듬고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창원 기자
안정적인 당권 장악을 위해서는 지도부 외에도 당내 중진급들과의 지지도 확보해야 한다. 인사정책 등 기존 당내 정치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준석 돌풍의 동인 중 하나였던 만큼, 현재 중진 의원 그룹은 이 대표를 '진심으로' 반기지 못하는 눈치다. 특히 총선·지선 후보자를 상대로 일종의 자격시험을 보도록 하겠다는 이 대표의 선거 공약은 중진 그룹에서 지탄의 대상이었다.
이같은 상황을 인식한듯 선거 직후 이 대표는 날선 비판을 주고 받았던 나경원 후보에게 "당원들이 가장 사랑하고 신뢰하는 지도자"라며 대선과정에서 역할을 해줄 것을 부탁하고, 주호영 후보에게도 국민의당과의 합당 과업을 맡아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남 지역의 한 의원은 "중진급들이 '장강의 뒷물'로 여겨지지 않도록 해야, '어디 한번 잘 하나 보자'는 식으로 팔짱만 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진 지원그룹 뿐 아니라 당직자 등 실무그룹에 걸치기까지 이 대표의 비전을 실현시킬 내적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 이 대표는 자신의 키워드인 '공정한 인사'를 약속한 상태지만, 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가 자신과 가까운 바른정당 출신들을 대거 요직에 앉힐 것"이라는 경계의 목소리가 들린다. 김대진 조원C&I 대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준석 대표가 가져올 변화를 수용할 만큼 인적 네트워크가 새로워지지 않았다"면서도 "당선 자체만으로 여의도에서 후폭풍이 불긴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된 이준석 대표가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 대표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얼마나 잘 통제하는지 여부는, 장외 최고우량주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영입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썬, 윤 전 총장을 제외한 당 안팎 주자 혹은 세력과의 통합은 어느 정도 진행,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이 많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당 대표 선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 전 총장이 탄핵에 대한 입장, 공무원으로 수사한 입장 등이 닫히지 않고도 우리 당에 들어온다면 우리의 지형이 더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선버스 정시출발론'을 유지하면서 그 전에는 당내 인사들을 키우고, 경선 룰 세팅에서도 내부의 의견을 중시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