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 이북지역 생태계 조사에서 확인된 멸종위기종. 환경부 제공
민간인 통제선 이북지역(민통선 이북)에 멸종위기종 44종을 포함한 4315종의 생물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 면적의 1%가량인 지역에서 우리나라 전체 생물종의 16.1%가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환경부는 17일 국립생태원이 주관해 민통선 이북을 동부해안 등 5개 권역, 39개 조사경로로 구분하고, 매년 1개 권역을 대상으로 지형, 식생, 동·식물 등 10개 분야를 계절별로 조사·분석한 민통선 이북 생태계 조사(2015~2020년)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식물 1126종(멸종위기종 2), 포유류 24종(6), 조류 145종(17), 양서·파충류 29종(5), 육상곤충 2,283종(4), 어류 81종(8),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 334종(4), 거미 293종(0)이 이곳에서 자라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또, 양서·파충류는 국내에 서식하는 54종 중 53.7%인 29종(구렁이, 금개구리, 남생이, 맹꽁이, 표범장지뱀 등)이, 어류는 213종 중 38%인 81종(가는돌고기, 꾸구리, 다묵장어, 돌상어, 버들가지, 한둑중개 등)이 관찰됐다.
특히, 멸종위기 야생생물 44종 중 두루미, 재두루미, 사향노루, 버들가지는 현재 민북지역에서만 서식하거나 또는 월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민통선 이북지역 생태계 조사에서 확인된 멸종위기종. 환경부 제공
환경부에 따르면,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으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두루미와 Ⅱ급인 재두루미는 전 세계 생존 개체 수의 약 50%가 철원평야를 중심으로 연천, 파주를 월동지로 이용하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산양과 사향노루는 강원 화천, 양구, 고성의 산악 암반지대에서 서식이 확인됐으며 야간에 산등성이에서 내려와 먹이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버들가지는 우리나라 최북단인 고성 남강 상류, 지경천 등 제한된 하천 또는 산간 계곡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냉수성 물고기로, 서식 범위가 매우 좁은 것으로 확인됐다.
5개 권역의 생물종을 비교한 결과, 파주·철원·연천 등 서부지역이 양구·인제·고성 등의 동부지역보다 생물종 다양성이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부지역이 산림, 하천, 농경지 등 다양한 서식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생물종은 △서부평야(철원·연천) 2409종 △중부산악(철원·화천) 2066종 △서부임진강 하구(파주·연천) 1843종 △동부해안(인제·고성) 1401종 △동부산악(양구) 1350종 순으로 다양하게 관측됐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특히 철원 토교, 화천 고둔골 경로 등 12개 경로는 생태계 '우수' 점수를 받아 보호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평가됐다.
전체적으로는 국토 면적(10만 413㎦)의 1.13%를 차지하는 민통선 이북(1133㎦)의 생물종 분포는 우리나라 전체 생물종(2만 6814종)의 16.1%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 면적 당 생물종의 수는 보호지역인 국립공원과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 중 월악산의 해당 수치가 10.5인 것과 비교해, 서부평야의 경우 13.7까지 집계된 것이다.
환경부 제공
환경부 홍정섭 자연보전국장은 "민통선 이북 지역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생태계 조사가 처음으로 이루어진 만큼 이를 토대로 향후 관계부처, 지자체, 전문가 등과 협력해 민통선 이북의 생태계 보전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제2차 비무장지대(DMZ) 및 민북지역 생태계 조사(2021~2026년)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