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3일차 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자신의 서명이 기재된 서류를 들어보이고, 간부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서류는 이날 회의에서 인민생활 안정을 위해 발령된 김 총비서의 '특별명령서'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7일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강조하며 대미관계와 관련해 처음으로 '대화'를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대미관계에서 견지할 전략 전술적 대응과 활동방향'을 언급한 뒤,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기민한 대응으로 "조선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는데 주력할 것"을 주문했다.
노동신문은 18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전원회의가 6월 17일에도 계속됐다"며, "전원회의는 현 국제정세에 대한 분석과 우리 당의 대응방향에 대한 문제를 넷째 의정으로 토의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시기 국제정치무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주되는 변화들과 우리 혁명의 대외적 환경"에 대해 개괄·평가를 하고, "특히 새로 출범한 미 행정부의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정책동향을 상세히 분석"한 뒤, "금후 대미관계에서 견지할 적중한 전략 전술적 대응과 활동방향을 명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국가의 존엄과 자주적인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평화적환경과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자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3일차 회의 전경.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이어 "중요한 국제 및 지역 문제들에 관한 당과 공화국 정부의 대외 정책적 입장과 원칙들을 표명"하고, "우리 국가의 전략적 지위와 능동적 역할을 더욱 높이고 유리한 외부적 환경을 주동적으로 마련해 나갈 데 대해 언급"했다.
그러면서 "시시각각 변화되는 상황에 예민하고 기민하게 반응 대응하며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는데 주력해나가야 한다"고 김 위원장은 밝혔다.
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바이든 미국 정부 출범이후 공식적으로 처음 밝힌 대미·대남 메시지에 해당된다.
바이든 미 정부가 출범이후 대북정책에 대해 먼저 검토 작업을 벌인 것처럼 김정은 위원장도 미국의 대북정책 동향에 대해 상세한 분석·평가를 한 뒤 대응 전략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 연장선에서 김 위원장은 북미관계와 관련해 대화와 대결을 모두 언급했는데, 눈길을 끄는 것은 '대화'로 보인다.
바이든 미 정부 출범이후 김 위원장이 처음 내놓은 대미 메시지에서 공식적으로 대화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대북정책 방향을 설명하겠다는 미국의 제의에 '잘 접수했다'고 반응한 뒤 그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3일차 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다만 김 위원장이 '대결에 더욱 준비해야 한다'고 부연한 것은 이른바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에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대화 국면을 위해서는 미국의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이 직접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강조하고 대남 대미 비난이 없다는 점에서 대결 준비는 내부용이고 대외 메시지는 대화 준비에 강조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의 대화 제의에 무반응으로 일관했던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을 겨냥해 공개적으로 메시지를 발신했다는 점 자체가 변화로 평가할 수 있다"며, "그렇다고 북한이 대미 대화에 당장 나설 것이라는 예측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말했다.
임을출 교수는 "김 위원장은 현 단계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과 태도를 좀더 지켜보면서, 내부 인민생활 향상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인민생활 향상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대외문제에 힘을 분산시키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