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형 기자
올해 상반기에도 주식시장에서 개인들의 매수는 삼성전자에 쏠렸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비롯해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들의 수익률은 작년보다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개인의 순매수 1위는 삼성전자였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에서 개인의 순매수액인 61조 5850억 원 중 약 40%에 해당하는 23조 8172억 원이 삼성전자에 유입됐다.
이어서 삼성전자 우선주(4조 178억 원), SK하이닉스(2조 7510억 원), 현대모비스(2조 7040억 원), 카카오(1조 9138억 원) 등의 순매수액이 많았다.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모두 코스피200에 속하는 대형주였다.
지난해의 경우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제외하고 9개가 코스피200에 속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우, 현대차, 네이버, 카카오, SK하이닉스 등 6개 종목은 작년과 올해 모두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 자동차, 인터넷 대표주에 대한 개인의 선호는 여전히 유지된 셈이다.
다만 수익률에서는 작년과 차이가 있었다. 삼성전자에 대한 개인의 평균 순매수 단가(순매수 거래금액을 순매수 거래량으로 나눈 값)는 약 8만 3400원이었다. 지난 25일 종가인 8만 1600원보다 2.2% 낮은 수준이다.
올해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평균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개인의 순매수 평균 단가(약 5만 4200원)와 연말 삼성전자 종가(8만 1천 원)를 비교했을 때 수익률은 49.6%였다.
올해 삼성전자 외에도 삼성전자우(-0.8%), 현대모비스(-5.2%), 삼성전기(-3.1%) 등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4개 종목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방식으로 수익률을 추산했을 때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SK(-3.9%)만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되는 결과다.
올해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더라도 작년보다 수익률은 더 낮았다. 개인 순매수 상위 10위권 종목 중 플러스를 기록한 6곳의 수익률은 평균 5.6%로 작년(9곳·36.1%)보다 낮았다.
개인의 수익률이 만족스럽지 않은 배경으로는 증시의 성격이 지난해와 달라진 점이 꼽힌다. 작년 3월 코로나19로 증시 전반이 충격을 받았다가 반등하면서 일종의 '기저 효과'가 발생했다.
여기에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유례없이 풀린 유동성에 따라 주도주가 비대면·바이오·2차전지라는 테마의 성장주로 쉽게 압축됐다.
작년 11월부터는 개인이 선호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개인은 작년에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주도주가 뚜렷했던 작년에 비해 올해 들어 경기 회복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거시 지표에 따라 업종별 순환매가 이어지면서 개인의 대응이 쉽지 않았다.
월별로 순매수 현황을 보면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 1위 종목은 매달 달라졌으나, 개인의 순매수 1위는 항상 삼성전자였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개인이 선호하는 종목의 주가가 지난 1∼2월 고점을 찍은 이후 횡보를 지속하면서 개인의 수익률 정체에 영향을 미쳤다.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3300을 돌파했으나 수익률 향상을 느끼는 투자자가 많지 않은 이유다. 다만 이달 들어 카카오 주가가 25.6% 오른 것을 시작으로 네이버(13.1%), 삼성SDI(11.9%) 등 개인이 선호하는 대형주가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