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형 기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파업 가능성에 완성차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 하언태 사장까지 나서 유감을 표명했지만, 노조는 파업 수순에 들어선 상태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하며 생산 차질을 빚어 온 상황에서 파업 리스크마저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현대차 사측과 노조 입장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하언태 사장과 이상수 노조지부장 등 노사 대표는 지난달 30일 울산공장에서 13차 교섭을 진행했지만, 끝내 결렬된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하 사장은 1일 사내 공지글을 통해 "회사가 최근 들어 최고 수준 임금과 성과급을 제시했는데 노조가 파업 수순을 되풀이 하고 있어 유감"이라고 밝혔다.
사측이 제시한 내용은 기본급 5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 100% + 300만원, 품질향상 격려금 200만원, 10만원 상당 복지 포인트 지급 등이다.
올해 반도체 수급 대란으로 7만대 가량 생산 차질을 빚었고 지난해 영업이익도 33.6%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전향적이라는 입장이다.
하 사장은 "이번 제시안을 주요 전자업계, 정보기술(IT) 기업과 비교하는 분들이 많은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인원과 원가 구조가 제조업과 본질적으로 다른 업체와 비교하는 것이 과연 맞느냐"고 말했다. 이런 비교가 과연 맞는지 냉정하게 판단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의 당부에도 파업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노조는 교섭 결렬 선언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7월 5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 발생을 결의한다. 이어 7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할 예정이다.
노조는 요구안으로 임금 9만9천원(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성과금 30% 지급, 정년 연장(최장 만 64세), 국내 공장 일자리 유지 등을 제시했다.
노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다른 대기업과 공기업이 임금 인상을 단행하고 풍족한 성과급으로 사기를 진작할 때에도 (현대차 조합원은) 사회적 어려움을 같이 하기 위해 임금 동결과 부족한 성과급을 받고 교섭을 무분규로 타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합원들이 희생을 감내할 수 있었던 것은 사측이 상식이 있다면 올해 교섭에서 조합원에 대한 분배 정의를 실현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이어 "더 이상의 희생은 안 된다"며 "회사가 분배 정의를 왜곡하고 이윤 추구에만 혈안이 돼 있는 자본의 잘못된 습성을 뜯어 고치기 위해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통해 맞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강경 입장을 보인 노조가 만약 파업할 경우, 3년 연속 무파업 타결은 무산된다.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생산 차질을 빚은데 이어 노조마저 파업에 돌입하면 최근 회복세에 있는 수출에도 악영할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사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협상 전망이 밝지 않지만, 교섭 재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하 사장은 "교섭이 중단됐지만, 회사는 언제든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면서 "조속히 교섭을 정상화해 원만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노조도 "휴가 전 타결 가능성을 열어놓고 회사가 조합원이 만족할 수 있는 납득할 만한 안을 가지고 교섭을 요청한다면 언제든지 교섭에 임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