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보석 석방된 이단 신천지 이만희 교주가 지난해 11월 16일 오후 재판 출석을 위해 수원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이한형 기자 정부의 코로나19 방역활동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원심에서 횡령·업무방해 혐의로 유죄를, 역학조사 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은 이단 신천지 이만희(90) 교주의 항소심 첫 재판이 열렸다.
"역학조사 방해 유죄" vs "유죄 양형 부당"
7일 수원고법 제3형사부(김성수 부장판사)는 감염병예방법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를 받는 이 교주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먼저 피고인 측 변호인은 "한 지자체 산하 도시공사가 종교행사가 아니라면 공공시설 사용을 허가해준다고 했었다"며 "현장에 온 관계자들도 목적에 맞는 행사인지 확인하면서 문제를 삼지 않았으므로 공무방해로 볼 수 없다"고 변론했다.
이어 "교단에서 자금은 지파별로 관리하는 것으로 피고인이 관여하거나 지시를 할 수 없다"며 "연수원은 준공 후 교단 소유로 바꾸려했고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 자금도 교단이 아닌 피고인 개인에게 후원한 돈으로 횡령죄는 억울하다"고 원심 양형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신천지의 허위 자료제출 등이 역학조사 방해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다시 한 번 펼쳤다. 검찰은 "감염병예방법 관련 법령 제정 당시 참여했던 전문가 등을 추가 증인으로 채택해 해당 법의 적용 범위 등에 대해 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원심 선고 후 6개월여 만에 재판정에 모습을 드러낸 이만희 교주는 1심 때와 같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휠체어를 탄 채 법정에 들어섰다.
이씨와 함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각각 기소된 신천지 간부인 또 다른 피고인 3명도 출석해 함께 재판을 받았다.
재판정에는 방청객과 기자단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법원은 한정된 방청석으로 인한 충돌을 막고자 사전에 방청객을 모집했다.
당초 이 교주에 대한 첫 공판기일은 지난달 15일로 예정됐었지만 기존 재판부였던 제2형사부(부장판사 김경란) 소속 법관 중 한 명과 이 교주의 변호인 중 한 명이 친인척 관계에 있어 재판부 구성과 일정이 바뀌었다.
이 교주에 대한 다음 항소심 재판은 오는 23일 오후 2시 20분에 열릴 예정이다.
전피연, 이만희 엄벌 촉구…변호인단 규탄 지속
7일 항소심 재판이 진행된 수원종합법원청사 앞에서는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가 이만희 교주에 대한 1심 법원의 판결과 이 교주의 대형 변호인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박창주 기자 이날 항소심 재판이 진행된 수원종합법원청사 앞에서는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가 1심 법원의 판결과 이 교주의 대형 변호인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이 교주가 신천지 교리에 세뇌된 신도들로부터 막대한 양의 후원금을 받아 소송비와 횡령금 변제에 사용한 만큼 자금의 출처를 명확히 밝혀줄 것을 촉구했다.
세뇌된 신도들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후원금을 받아 횡령으로 인한 피해를 복구했다면 횡령한 돈을 반환한 게 아니므로 양형 감형이 아닌 '가중 사유'라는 것이다.
특히 신도들에게 170억원 넘게 후원금을 받아 소송비와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태도를 지적했다.
신천지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조직적인 '재판 방청 방해'도 문제 삼았다. "방청권 신청 때마다 신도 수만명이 몰려 가족들은 한명도 방청하지 못해 제대로된 공판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전피연은 "거대로펌에 휘둘리지 말고 항소심 재판부에서는 꼭 이만희를 다시 구속해 합당한 형벌을 내려 더 이상 피해자를 양산 못하게 해 달라"고 엄벌을 촉구했다.
전피연은 지난 2일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이만희 교주가 1심 재판 내내 휠체어를 타고 다녔지만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하루 만에 1시간 가까이 서서 설교하는 등 재판부를 농락했다"며 "이런 사람을 변호한다는 사실은 역사에 치욕으로 남을 것"이라고 변호인단을 비판했다.
1심 판결 가른 '역학조사 인정 여부' 쟁점화
앞서 수원지법은 지난 1월 13일 1심 재판에서 이 교주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횡령, 업무방해 혐의만을 유죄를 선고하고, 핵심 쟁점이었던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방역당국이 신천지와 피고인에게 제출을 요구한 것은 감염자의 인적사항이 아니라 모든 신천지 시설과 교인 명단이기에 법이 정한 역학조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에 검찰은 방영당국의 자료 요청이 역학조사의 준비단계에 해당돼 이를 방해하는 행위도 역학조사 방해로 봐야한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에서도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신천지 측도 유죄로 판결된 사안과 관련해 무죄임을 주장하는 취지로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특히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관련 건물을 완공한 뒤 건물 소유권을 신천지에 넘기기로 약정했다며 사용한 금액 또한 모두 변제했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이 교주는 신천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해 2월 신천지 간부들과 공모해 방역 당국에 신도 명단과 집회 장소를 축소해 보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신도 10만여 명의 주민등록번호 정보를 제출 거부하는 등 자료를 누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교주는 신천지 연수원인 평화의 궁전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50억여원의 교회 자금을 가져다 쓰는 등 56억 원을 횡령하고,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지자체 승인 없이 지역별 공공시설에서 종교행사를 열어 업무방해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