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학대 행위를) 말리는 교사들이 단 한 명도 없죠?"
9일 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 김연경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제주 어린이집 학대 사건' 2차 공판에서 재판장이 한 말이다. 이날 법정에서 학대 영상 일부에 대한 증거조사가 진행됐다.
새로운 학대 영상이 재생될 때마다 방청석에서는 피해자 학부모들이 "미친 거 아니냐"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라며 탄식했다. 학대 교사 5명은 머리를 푹 숙인 채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교사가 누워 있는 아동에게 바나나를 강제로 먹이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학부모 제공 영상을 함께 보던 재판장은 "구속 여부 심사 과정에서도 영상을 봤지만, 어린이집에서 (학대 예방) 교육도 했다면서 어떻게 말리는 교사들이 단 한 명도 없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개된 학대 영상을 보면 한 교사는 아동이 바나나를 먹는 것을 거부하는데도, 턱을 잡아 강제로 먹였다. 아동의 고개가 뒤로 크게 젖혀지고 크게 울음을 터뜨릴 정도로 강압적이었다.
또 이 교사는 다른 아동의 기저귀를 교체하면서 벗긴 바지로 뒤쪽 식탁받이에 앉아 있던 피해아동의 얼굴을 수차례 때리고 계속해서 그 바지를 쥔 손으로 아동의 얼굴을 재차 강하게 때렸다.
다른 교사의 경우 아동의 발을 손으로 잡은 채 바닥으로 계속해서 강하게 내리쳤다. 또 이 교사는 한 아동이 바닥에 음식을 흘리자 식판을 들고 있던 아동을 강하게 밀어 넘어뜨렸다.
교사가 다른 아동 기저귀를 갈다가 그 아동 바지로 피해 아동을 수차례 가격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학부모 제공
특히 영상 속 교사들의 학대 현장에는 다른 교사도 있었지만 옆에 서서 지켜보기만 했다.
제주시의 한 장애통합어린이집 교사 5명(구속 3명)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1세에서 6세 사이의 아동과 장애아동 등 14명을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교사들 각각 학대 건수만 적게는 37건에서 많게는 92건이다. 전체 학대 건수는 318건에 달한다.
현재 검찰은 나머지 학대 교사 4명과 원장 1명(관리‧감독 소홀 혐의)에 대해서 이달 중으로 불구속 기소할 예정이다. 검찰은 앞선 사건과 병합해서 재판을 받도록 재판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3차 공판은 오는 7월 23일 오후 1시 30분에 진행된다.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 측에서 피해자 학부모를 증인으로 신청할 예정이다. 또 재판장이 재판 병합 여부도 판단할 전망이다.
장시간 교사가 계속해서 아동을 던졌다가 들었다가 하기를 반복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학부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