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T 앱 시작 화면. 카카오T 앱 캡처 카카오T가 승객들로부터 낮은 평점을 받은 기사들은 각종 배차 혜택을 주는 유료 서비스 가입에서 제외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소비자들은 서비스 질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업계는 카카오T에 대한 종속이 심해질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모양새다.
13일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카카오T는 오는 22일부터 택시 기사들이 가입하는 유료 서비스 '프로 멤버십' 약관을 변경하기로 했다. 승객이 준 기사 평점이 회사가 별도 공지한 멤버십 가입 기준 평점보다 낮은 경우 '프로 멤버십' 가입을 승낙하지 않거나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시행일 이후 가입한 기사는 새 약관을 따라야 하며, 기존 기사의 경우 서비스를 갱신할 때 새 약관이 적용된다.
지난 3월 카카오T는 월 9만 9천 원 정액제 상품인 '프로 멤버십'을 출시했다. 이 상품에 가입하면, 택시 기사는 각종 배차 혜택을 얻을 수 있다. 택시 기사가 원하는 방향의 고객 호출을 먼저 받을 수 있는 게 대표적이다. 그 외 기사 주변에 콜이 많은 지역을 짙은 색으로 표시해주는 '실시간 수요지도'나, 단골로 등록한 손님을 우선 배치해주는 '단골 관리' 기능도 있다.
카카오T에 그간 승객 평점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승객들은 서비스 이용이 끝나면, 기사에 대한 친절도 등을 별 5개 만점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 다만 택시를 부를 때 평점을 보고 선택할 수 없어 '참고용'에 그쳤다. 이번 약관 변경은 기사의 평점을 카카오T 멤버십 가입과 배차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르다.
변화를 앞두고 당장 택시업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카카오T가 국내 택시호출 시장에서 8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해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프로 멤버십으로 사실상 '유료화'를 진행한 것에 대한 반발심도 남아있는 상태다. 멤버십 가입 비용이 부담스러워도 울며 겨자먹기로 가입한 기사가 많았는데, 또 다른 평가제도가 도입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한 택시업계 관계자는 "처음 프로 멤버십도 2만 명만 선착순으로 가입 받는다더니, 이후 추가 모집을 더 받지 않았느냐"며 "(멤버십 가입자들이 확대되면서) 추가 혜택이라고 할만한 것들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비판을 받기 싫으니 평점으로 기사들을 다시 한번 더 줄 세우기 하려고 한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프로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으면 사실상 손해를 보는 구조에서 별점으로 가입 여부를 결정짓는다는 것에 기사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별점 테러'나 '갑질 고객'도 걱정하고 있다. 악의적으로 별점을 낮게 주거나, 별점을 약점삼아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하는 고객이 생길 경우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객 평가제도가 가장 활발히 이용되는 배달업계에서는 각종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쿠팡이츠에 입점한 식당 주인이 '새우튀김 1개를 환불해달라'는 고객의 갑질과 악성 리뷰에 시달리다 숨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에 관련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까지 나서 플랫폼 이용 사업자를 보호하고 과장·기만성 정보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막기 위해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반면, 소비자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이다. 20대 대학생 A씨는 "지난번에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의 운전이 너무 거칠어 놀랐다"며 "난폭운전 등 문제가 개선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대 직장인 B씨는 "지금도 친절도나 차내 청결 등을 기준으로 평가를 할 수 있긴 하지만 많이 활용하지는 않았다"며 "피드백이 보다 직접적으로 기사님께 가다 보면, 서비스 질 향상 등 긍정적인 선순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카카오T는 "업계 종속 시도는 오해"라며 "플랫폼 차원에서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 시도"라고 해명했다.
카카오T 관계자는 "프로 멤버십에는 영업 효율성을 높이는 기능들이 있는데, 거기에 더해서 기사님께 드리는 혜택도 업그레이드 할 예정"이라며 "누구나 이런 혜택을 누리기보다는 그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주신 기사님들께 혜택 주는 방향으로 가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 논의 중이지만, 평균 평점 기준이라 한두 번 악의적인 평가를 받는다고 바로 반영되는 것이 아니다. 운행권 1회당 1번의 평가만 가능하다"면서도 "지속적으로 평점이 낮게 나오는 기사님들은 품질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사님들이 낮은 평점에 대해 소명할 수 있는 창구는 지금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며 "평점에 대해 이의가 있다거나, 개선점이 궁금하시다면 충분히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