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에서 양부로부터 학대당해 두 달 넘게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있던 두 살배기 입양아 '민영이'가 끝내 숨졌다.
13일 화성시와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8일 외사성 경막하출혈로 의식을 잃고 병원에 옮겨진 민영이는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아 오다 이달 11일 오전 5시쯤 사망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양부인 A(38)씨는 지난달 3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중상해) 등 혐의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살인의 고의성은 인정되지 않은 혐의다. 학대를 방치한 아내 B(37)씨도 방임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A씨는 지난 4월 중순부터 5월 초순까지 주거지인 화성시 내 한 아파트에서 2018년 8월생인 입양아 민영이를 고집 부린다는 이유 등으로 나무로 된 등긁이와 구둣주걱으로 손바닥과 발바닥을 수차례 때린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 5월 6일 오후 10시쯤 민영이가 잠투정을 하며 운다는 이유로 바닥에 넘어질 정도로 뺨을 강하게 때린 혐의도 있다.
그는 이틀 뒤 8일에도 민영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며 뺨을 세게 때려 넘어뜨리는 행위를 4차례 반복해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반혼수상태에 빠뜨린 것으로 조사됐다. 아내 B씨는 이 같은 학대 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이들 부부는 민영이가 의식을 잃은 5월 8일 오전 11시 학대 사실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즉시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오후 5시까지 7시간가량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아이는 우측 뇌가 손상돼 반혼수상태(Semi-coma)에 빠졌다.
부부는 지난 6일 열린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결국 민영이가 숨을 거두면서 검찰은 아동학대중상해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의자에 대한 공소장 변경을 검토할 방침이다.
피해자가 사망한 점을 감안해 아동학대치사 혐의나 살인죄 등의 적용 여부를 따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사건의 다음 재판은 오는 9월 7일 열린다.
이번 사건에 처음으로 피해 아동의 실명을 붙여 '민영이 사건'으로 명명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피해 아동의 사망 소식에 대한 추모글이 올라오고 있다. 병상 곁에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뒤늦게 사망 사실이 발견돼 안타깝다는 내용도 담겼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황망하고 가슴이 아프다. 기적이 있길 바랐는데 참담하다"며 "입양 부모는 반드시 살인죄와 살인 방조죄로 엄벌에 처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