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백화점 주먹구구식 방역이 코로나 확산 사태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공 7월 17일. 예정대로라면 비즈가 박힌 웨딩드레스를 입고 가족들과 친구들의 축복 속에 버진 로드를 걸었을 거다.
청천벽력같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가족들만 참석이 가능해지면서 예비 신부 정모(34)씨는 이번주로 예정돼 있던 예식을 8월 말로 늦췄다.
청첩장을 돌린 지인들에게 일일이 문자를 보내 바뀐 예식 일정을 전달하던 정씨는 '백화점 영업재개' 안내 문자를 받고 울화가 치밀었다.
그는 "확진자 100명 넘게 나온 백화점은 영업하게 해 주면서 왜 결혼식은 친구도 못 부르게 하냐"며 "주말에도 인원 제한이나 거리두기가 전혀 안 되던데 제재하지 않고 시민들만 잡으니 화가 난다"고 전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대거 발생해 8일간 폐점했던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이 13일 정식 영업에 돌입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백화점은 전체 근무 인원을 평소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세 차례 이상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해 음성이 나온 직원만 근무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식품관 직원들에 대해서는 확진 여부와 상관 없이 2주 자가 격리를 시행중이다. 이 기간 동안 식품관은 대체 인력으로 운영된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철저한 자체 방역 대책으로 운영 방침을 세웠다.
고객들은 출입구에서 QR 체크인과 안심콜 체크인, 체온 측정을 마쳐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직원의 경우 전용 출입구에서 전신을 소독하는 '방역 게이트'를 통과해야 한다.
'안전방역관' 제도도 도입한다. 현대백화점은 "엘리베이터의 탑승 정원을 30% 이상 줄이고, 에스컬레이터 2칸 띄어 타는 등 거리두기를 한층 강화했다"고 말했다.
지하 식품관에서 확진자가 나온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13일까지 휴관한다. 신세계백화점 경기점도 5층 남성패션 한개층 영업을 중단 후 14일 영업을 재개할 방침이다.
백화점들이 강화된 방역 수칙을 시행중이지만 불안은 여전하다.
특히 거리두기 강화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자영업자에게만 불평등한 방역수칙을 강요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년간의 확진자 대유행은 종교단체나 백화점, 대형마트에 의한 감염확산이었다"며 "늘 자영업자에게 집합금지와 영업제한으로 희생을 강요해왔다"고 주장했다.
편의점 업주 김모(56)씨는 "백화점은 대기 손님이 줄지어 있을 정도로 사람이 바글바글한데도 별다른 제지가 없다"며 "인원이라도 제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책위는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식의 방역수칙은 폐지하고 자율과 책임중심으로 변경돼야 한다"며 오는 14일 광화문에서 1인 차량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간 백화점의 느슨하고 안일한 방역 수칙이 집단감염을 불러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구미나 조직국장은 "확진자가 백화점을 방문하거나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아도 백화점은 여전히 쉬쉬하고 있다"며 "밤 10시 영업시간 제한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설과 추석은 물론 세일 기간 연장 영업으로 매출 올리기에 혈안"이라고 지적했다.
또 "확진자가 발생해 정보를 문의해도 개인정보라 몇 층인지 어디 매장인지 알려줄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며 쉬쉬한다"고 폭로했다.
실제 지난해 8월 '롯데백화점 엔제리너스 커피 방문자는 보건소에서 상담받기 바란다'는 재난문자가 발송됐지만 롯데백화점은 직원에게 공지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연맹 김소연 부위원장은 "확진자 동선을 중심으로 최소한의 방역 조치만 해 온 것이 문제"라며 "확진자가 발생 시 즉시 영업을 종료하고 방역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김연우 사무처장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누적 확진자가 120명이 발생해 난리가 난 건 정부가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제대로 된 방역수칙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대형 유통 재벌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노조는 "이번 주말 전국 모든 백화점 휴무 조치하고 협력업체를 포함한 전 직원에 대한 코로나 선제검사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대유행이 진정될 때까지 백화점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방문자 수를 제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백화점 관계자는 "노조 요구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