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연합뉴스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조선일보 이동훈 전 논설위원이 13일 경찰 조사 후 "정권의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논설위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캠프 첫 대변인을 맡은 바 있다.
이 전 논설위원은 이날 오후 6시쯤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청사 앞에서 취재진을 만나 "면목이 없다"면서도 "여권·정권의 사람이 찾아와 Y(윤석열 전 총장)를 치고 우리를 도우면 (금품 수수 사건을) 없던 일로 만들어주겠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권 사람이) 경찰과도 조율이 됐다는 식으로 얘기했다"며 "저는 안 하겠다, 못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가 이 전 논설위원을 찾아와 회유했지만, 거절했다는 얘기다.
이어 "제 얼굴과 이름이 언론에 도배가 됐다. 윤 (전) 총장이 정치 출마 선언하는 그날이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공작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경찰의 피의사실 흘리기가 윤 전 총장이 정치 참여 의사를 밝혔던 지난 6월 29일 시작됐고, 시점의 일치에는 경찰의 정치적 목적이 담겨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10시쯤 이 전 논설위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오후 6시까지 약 8시간 동안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전 논설위원은 현직 기자로 재직 중 김씨로부터 고급 수산물과 중고 골프채 등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후 이 전 논설위원은 김씨에게 야권 유력 정치인들을 소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김씨를 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수사하던 중 '현직 검사와 경찰, 언론인에 금품을 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까지 입건된 인물은 모두 7명으로 이 전 논설위원과 이모 부부장검사, 배모 총경, TV조선 엄모 앵커, 중앙일보 이모 논설위원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전 논설위원은 취재진의 '선물 받은 대가로 정치인들을 소개했나', 'Y가 누구인가', '찾아 온 여권의 인물이 누구인가' 등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는 추후 입장문을 통해 "저에 대한 실체적 조사도 없이 입건여부와 피의사실을 흘린 경찰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향후 경찰과 언론에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언론은 제가 김씨로부터 수백만원 상당의 골프채 세트를 받았다고 보도했다"며 "사실과 다르다. 지난해 8월 15일 골프 때 김씨 소유의 캘러웨이 중고 골프채를 빌려 사용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후 저희집 창고에 아이언 세트만 보관됐다"며 "풀세트를 선물로 받은바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 드린다. 당일 오전 큰비가 와서 저는 골프 라운딩이 불가하고 아침 식사만 한다는 생각으로 골프채 없이 갔다가 빌려서 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논설위원은 또 "제가 윤총장 대변인으로 간 뒤 경찰은 이 사건을 부풀리고 확대했다"며 "피의사실 공표가 윤 총장의 정치참여 선언일(6월 29일) 시작됐다. 사건 입건만으로 경찰이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은 유래없는 인권유린"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 전 논설위원의 발언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4월 초부터 이미 김씨 진술을 통해 수사를 진행했는데 윤 전 총장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면서 "사안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황당하다"고 말했다.
실제 경찰은 김씨의 100억원대 사기 사건에 대한 첩보를 지난 2월에 입수하고, 3월 말쯤 김씨를 구속한 바 있다. 4월 초 김씨를 검찰에 송치하기 직전 김씨로부터 금품 수수에 대한 진술을 받은 상황이다.
한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후보 캠프 첫 대변인을 맡았던 이 전 논설위원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일신상의 이유로 직을 내려놓는다"며 열흘 만에 사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