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소득하위 80%를 선별해서 지원하려던 재난지원금을 전(全)국민 지급으로 선회했다.
거대 집권여당의 당론이라 힘은 실리겠지만, 정부와 야당은 물론 민주당 내 대선후보들까지 당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어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추경 대폭 손질 불가피…기재부, 야당 반발 거세
민주당 지도부는 13일 비공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재난금 전 국민 지급을 사실상의 당론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난금 지급 대상을 기존 '소득하위 80%'에서 100%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도 대폭 손질이 필요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추가 세수 분(分)이 있어 별도의 국채발행은 없어도 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완강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이억원 1차관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윤창원 기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 국민 재난금에 "
동의하지 않는다"며 "재정 운용은 정치적으로 결정되면 따라가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국회에 제출한 정부안(소득하위 80%까지 지급)을 고수했다.
야당도 넘어야할 산이다. 지난 12일 여야 대표가 만나 전 국민 재난금 지급 방침에 합의했다는 국민의힘 대변인의 발표가 있었지만 100분 만에 번복됐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다음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추경 심사에서
최우선 고려 사항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실질적인 피해를 본 분들에게 '핀셋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이에 정부와 계속 협의해나가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야당을 향해서는 여야 대표 간 합의가 있던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협조해달라고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이재명·추미애 후보도 당의 결정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송영길은 이재명 편?…또 다시 불거진 '공정성' 논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문제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당내 대선 후보들 간의 갈등 국면이 격화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전 국민
재난금 지급 결정을 두고 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이재명 후보의 입장이 또 다시 일치하면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이낙연 후보는 13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 앞에 면목이 없게 됐다"며 "당정 간에 합의한 것을 여당이 뒤집는 사태가 생겼다. 이제 더 이상 그런 문제로 시간을 끌 수가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정세균 후보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방역이 안정되기 전까지 전 국민 지원금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일관된 입장을 가져왔지만, 어젯밤(12일) 여야 합의를 존중해 더 이상의 논쟁을 끝내자고 말씀드렸다"며 "여야 합의의 정신을 살려 실질적이고 신속한 피해계층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예비경선을 통과한 정세균, 이낙연, 이재명, 추미애, 박용진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 결과발표를 마치고 악수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른바 반(反)이재명 연대로도 묵이는 이낙연·정세균 후보는 앞서 송영길 대표의 결정에 "심판이 한쪽 편을 드는 것 아니냐"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바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경선연기론 논란 때도 그랬지만 이번 재난금 결정으로 특정 후보들에게는 당이 이 지사를 노골적으로 지원해주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송 대표는 갈등이 첨예했던 경선연기론 논쟁에서 이재명 후보와 같은 '연기 불가론' 입장에 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4일과 15일 전체회의를 열어 추경안 종합정책질의를 진행하고, 다음 주 예결위 차원의 세부 증액·감액심사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