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역 2년이 확정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21일 경남도청에서 입장 표명 중 생각하는 모습. 연합뉴스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21일 대법원 판결에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일제히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경선 구도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당내 주류세력인 친문 진영이 위기에 몰리면서 적통 논란을 벌여온 캠프들의 수싸움은 더 치열해질 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경수와 친문 영향력 제한적?…與 "판결 존중"
이날 판결로 이재명·이낙연·정세균 캠프로 흩어진 친노·친문을 제외하고 아직까지 중립지대에 남아있는 친문들의 거취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민주당 경선 결과가 달라질 거라는 분석 때문이다.
특히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트라우마가 강하게 남아있는 친문으로서는 위기에 몰릴 수록 결집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낙연 후보 등 친문 성향의 캠프를 본격적으로 지원할 거라는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윤창원 기자반면 김경수 지사의 경우 대권주자가 아니었던 데다 경남지사라는 포지션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더 이상 대선 경선에 변수가 안 된다는 반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 지사가 친노와 친문을 잇는 '적자'이긴 하지만, 친문 부산파 중심의 민주당에서 탈피하려는 세력 교체기에 접어든 만큼 이번 선거에서는 별다른 영향력을 미치지 못할 거라는 얘기다.
또 민주당 지도부는 물론 친문 의원들도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고 공개적으로 표명한 만큼 친문 진영에서 눈에 띄는 집단행동을 쉽게 하진 못할 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굉장히 좋지 않은, 실망스럽고,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면서도 "(판결을) 존중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재명 "김경수 판결 유감" 이낙연 "불법 동원해야 할 이유 없었던 선거"
대선 예비경선을 통과한 김두관, 박용진, 이낙연, 정세균, 이재명, 추미애 후보. 윤창원 기자추미애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캠프는 이날 판결 직후 '안타깝지만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톤을 유지했다.
추 후보는 열린민주당 성향을 띄는 강성 친문 당원들의 지지를 근거로 하고 있기 때문에 "김경수의 결백을 믿는다"는 등 이날 판결에 비판적인 논평을 낼 수밖에 없지만, 이재명·이낙연 후보는 본선 경쟁력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두 캠프는 비슷한 톤의 논평에 "이번 판결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을 했지만, 다른 속내도 읽힌다.
이재명 후보는 "김 지사가 사법절차 안에서 규명하고자 했던 진실은 끝내 찾을 수 없게 됐다"며 "김 지사의 진실을 국민과 함께 반드시 밝히겠다. 대법원 확정 판결에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 지사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는 있지만 아직까지 당의 주축인 친문 진영의 눈밖에 더 이상 벗어나지 않기 위한 의지로 해석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냈던 공보물과 비슷한 컨셉의 공보물을 내는 등 더 적극적으로 친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이 후보 측은 더 이상 비문 언행으로 실점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작년부터 이재명 후보는 당내 친문세력의 코드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을 지키려고 해 왔다"고 평가했다.
반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잇는 적통 전략을 구사 중인 이낙연 후보 측은 이번 판결로 친문 결집을 자신하고 있는 눈치다.
지난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와 치고받았던 이재명 후보에 대한 친문 진영의 불안감을 더욱 파고드는 전략을 구사할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낙연 후보는 "진실을 밝히려는 김 지사님의 노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다"며 "2017년 대선은 누가봐도 문재인 후보의 승리가 예견됐던 선거다. 문재인 캠프가 불법적 방식을 동원해야할 이유도, 의지도 전혀 없었던 선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