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1년 세법개정안' 사전 브리핑에서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사망 이후 논란이 된 '상속세 미술품 대납'이 기획재정부의 강력한 도입 의지에도 여당 반대로 일단 무산됐다.
정부가 26일 발표한 '2021년 세법개정안' 내용에 상속세 미술품 대납이 포함되지 못한 것이다.
상속세 미술품 대납은 기재부가 올해 세법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지난 20일 출입 기자들에게 미리 배포한 '2021년 세법개정안 주요내용'에 들어 있었다.
'납세자 권익보호 및 납세 편의 제고' 관련 분야에 '미술품에 대한 상속세 물납 허용'으로 적시됐다.
기재부는 당시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높은 미술품 문화재를 국가적으로 관리·보존하고 일반 국민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이전의 상속세 물납 허용 반대 방침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재부는 "상속세 물납 허용과 관련해 관계부처 간 지속적 협의를 해왔다"며 "미술품 감정가액 산정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물납심의위원회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속세를 현금 대신 미술품으로 내는 물납 허용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기재부는 "미술품 물납은 상속세에 해당하는 가치만큼 미술품이 납부되는 것이기 때문에 세액이 줄어드는 감세로 보기 어렵다"고도 강조했다.
'상속세 미술품 대납'은 기재부가 지난 20일 사전에 배포한 '2021년 세법개정안 주요내용'에는 들어 있었지만, 26일 확정·발표된 '2021년 세법개정안'에서는 제외됐다. 기재부 제공 하지만 상속세 미술품 대납 허용은 26일 확정·발표된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제외됐다.
여당의 반대 벽을 끝내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정협의 과정에서 '상속세 물납 허용은 더욱 깊이 있는 논의와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이번 세제 개편안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속세 미술품 대납이 탈세와 조세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고 미술품 가치 평가의 모호함으로 인해 세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와 여론을 여당이 크게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홍남기 부총리는 "대신, 세법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정부 의원 입법으로 관련 법안이 발의돼 함께 논의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상속세 물납 허용에 대한 미련을 나타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 내용이 전부 시행되면 올해 세수가 지난해 대비 1조 5천억 원 넘게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 속에 세법개정안은 오히려 세수 감소 효과를 발생시키는 데 따른 근본적 증세 필요성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홍남기 부총리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세제 개편상 일부 증감 정도를 넘어서는 큰 틀의 증세와 감세 논의는 사회적·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