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카폰 신부.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유엔군 참전의 날'인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유엔군 참전용사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한국 대통령이 유엔군 참전용사에게 직접 훈장을 수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훈장 대상은 미국 참전용사인 고(故) 에밀 조세프 카폰 군종 신부와 호주 참전용사인 콜린 니콜라스 칸 장군이다. 카폰 신부는 태극무공훈장을, 칸 장군은 국민훈장 석류상을 각각 받았다.
카폰 신부는 1950년 7월15일 6·25전쟁에 군종신부로 파병되어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박애를 실천한 '6·25전쟁의 성인'으로 불린다.
그는 전쟁 중 조국으로 탈출할 수 있는 몇 번의 기회를 거절하고 자진해서 전선에 남아 부상자를 돌보다 1950년 11월 중공군에 의해 포로로 잡혔다. 이후 포로수용소 내 부상 당한 병사들을 돌보는 등 군종 신부로서의 사명을 다하다 1951년 5월 23일 포로수용소에서 사망했다. 그가 사망한 뒤 유해를 찾지 못하던 중 올해 3월 카폰 신부가 숨을 거둔지 70년 만에 하와이주의 국립 태평양 기념 묘지에서 신부의 유해가 발견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2013년 4월 미국에서는 고인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자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를 수여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에는 카폰 신부의 조카인 레이먼드 에밀 카폰이 참석하여 훈장을 대리 수상했다.
칸 장군은 1952년 7월, 호주왕립연대 1대대 소대장으로 참전하여 최전방 정찰 임무 수행 중 적군의 총탄에 폐 손상을 입었다. 그는 호주 정부로부터 전투임무수행 공적을 인정 받아 1953년 6월 4일자 영연방호주공보에 오른 바 있다. 칸 장군은 호주로 귀국한 후에도 6·25전쟁의 참상과 한국의 발전상을 알리는 민간외교관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는 건강상 이유로 방한이 어려워 그의 조카손녀인 캐서린 엘리자베스 칸이 방한해 수상했다.
칸 장군은 소감 영상에서 "작게나마 한국 재건에 기여하고 훈장을 받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한반도의 영속한 평화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수여식에서 "유엔은 한국전 참전으로 연대와 협력이 자유와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세계 역사에 각인했다"며 "자유와 평화를 수호한 두 분의 정신이 마음속에 영원히 각인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참전으로 맺어진 혈맹의 인연을 되새기며 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에 보답할 것"이라며 "국제사회와 연대해 코로나 위기도 함께 헤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카폰 신부의 유족에게는 십자가가 달린 철모를 선물했으며, 칸 장군 가족에게는 호주군이 참전했던 가평전투를 기리는 뜻에서 가평석을 활용한 기념석패를 선물했다.
이날 수여식에는 카폰 신부·칸 장군의 가족 외에도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페르난도 레이스 몬시뇰 주한 교황대사 대리, 델 코르소 주한 미국대사 대리, 캐서린 레이퍼 주한 호주대사 등 30여명이 참석했으며 방역기준을 준수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